솔직히 말해서,
진실처럼 어려운 게 어디 있다고.
전략 없는 크리에이티브는 장식이 된다. 크리에이티브 없는 전략은 아무도 움직이지 못한다. 브랜드의 성장은 그 둘이 만나는 자리에서만 일어난다.
‘to tell the truth’는 인간의 욕망과 브랜드의 성장에 관한 진실을 탐구하는 곳이다. 사람은 왜 그것을 갖고 싶어 하는가. 브랜드는 무엇으로 자라는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유섭이 전략과 크리에이티브 사이에서 찾은 답과, 아직 못 찾은 질문을 기록한다.
진실을 말하는 건 착해서가 아니다. 그게 제일 어렵기 때문이다. 꾸미는 일은 쉽다. 좋아 보이게 만드는 도구는 넘쳐난다. 반면 있는 그대로 보려면 먼저 정확히 알아야 하고, 알고 나면 대개 불편하다. 특히 욕망에 관한 진실이 그렇다. 왜 샀느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이유를 말한다. 그런데 대개 그 이유로 산 게 아니다. 꾸며낸 것은 언젠가 들키고, 들킨 다음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어려운 쪽이 오래 간다.
브랜드로 자산을 쌓고, 그 자산 위에 올린 크리에이티브로 사람들의 욕망을 건드린다. 그러면 브랜드는 자란다. 그 생각 하나를 붙들고 전문성을 만들어왔다.
책상에서 나온 생각은 아니다. 유니세프 호프링과 유니세프 팀 — ‘굿 굿즈’라는 흐름을 만든 캠페인들이 그 출발이었다. 기부를 설득하는 대신 갖고 싶은 것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설득당해서가 아니라 끌려서 참여했다. 모금에서도 브랜드는 자산으로 쌓인다는 것, 그리고 시즐이 이론이 아니라 작동하는 원리라는 것. 그때 아이디어가 확신이 됐다.
유니세프를 비롯해 초록우산, 옥스팜, 앰네스티 등 함께 일한 비영리는 수십 곳이 되고, 기획한 캠페인을 통해 10만 명이 넘는 기부자가 만들어졌다. 물건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마음을 얻어야 하는 브랜드들이다. 여기서는 과장이 통하지 않는다. 한 번 의심받으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이다. 솔직한 브랜드가 강한 건 착해서가 아니다. 솔직해야 고유해지고, 고유해야 선명해지고, 선명한 것만 자산으로 쌓인다. 그리고 그 자산이 성장을 만든다.
퍼시스 그룹의 브랜드들, 펩시코, 존슨앤드존슨 등 국내외 브랜드들과도 일했다. 파는 브랜드와 설득하는 브랜드는 달라 보이지만, 사람을 움직이는 원리는 같았다. 다만 유형의 상품·서비스가 아닌 비영리 쪽이 그 원리를 더 명료하게 드러낼 뿐이다.
자산화는 포지셔닝에서 시작된다. 브랜드 포지셔닝은 소비자의 머릿속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그 자리를 계속 지키는 일이다. 자리가 정해져야 캠페인 하나하나가 흩어지지 않고 같은 곳에 쌓인다. 자리가 없으면 아무리 많이 집행해도 자산이 되지 않는다. 매번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니까. 게다가 그 명단은 생각보다 짧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비교에서 지는 게 아니라, 애초에 명단에 없어서 진다.
이름을 올렸다고 끝나지도 않는다. 사람은 목록을 견줘 고르지 않는다. 어느 순간 끌려서 고르고, 이유는 나중에 붙인다. 시즐 커뮤니케이션은 그 순간을 설계하는 일이다. 스테이크가 아니라 지글거리는 소리를 파는 일. 감각은 논리보다 먼저 도착한다.
쌓이려면 반복돼야 한다. 좋은 생각 하나로 자라는 브랜드는 없다. 성장은 한 번의 적중이 아니라 반복되는 적중에서 온다. 데이터 기반 디지털 마케팅은 그 반복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짜는 일이다. 데이터를 보고서로 쌓지 않고, 자산으로 쌓는 일.
AI 크리에이티브 캠페인은 아직 답보다 질문이 많은 자리다. AI가 브랜드의 성장에 실제로 무엇을 보탤 수 있는가. 만들 수 있는 것의 범위가 넓어진 건 분명하다. 다만 무엇을 만들 가치가 있는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그 경계를 찾는 중이다.
이 블로그를 만든 이유도 거기에 있다. 확신이 된 것은 남기고, 아직 질문인 것은 더 배우기 위해서.
결국 브랜드를 자라게 하는 것은 화려한 표현이 아니다. 전략과 크리에이티브가 같은 곳을 가리키게 만드는 정직한 판단이다. 가장 어려운 크리에이티브이고, 그래서 가장 강한 크리에이티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