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tell the truth
Data · 효율 · 브랜드자산 — No.39-efficiency-trap

씨 뿌리지 않은 가을

지금의 효율은, 지난 파종 덕분일 수도 있다
이 글이 답하는 질문
  • 퍼포먼스 마케팅 지표는 좋아지는데 브랜드는 왜 나빠지는가?
  • 마케팅의 '수확'과 '파종'은 각각 무엇을 뜻하는가?
  • 브랜드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의 이상적인 예산 비율은 얼마인가?
  • 지금 잘 나오는 ROAS는 캠페인 덕분인가, 브랜드 자산 덕분인가?
이런 분께퍼포먼스 지표와 브랜드 지표 사이에서 예산을 배분해야 하는 마케팅 리더

효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어디서 온 효율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퍼포먼스 팀의 분기 리뷰. 대시보드의 숫자들이 좋다. 고객 획득 비용은 전 분기 대비 12% 줄었고, 광고비 대비 수익은 4.2를 찍었다. 컨버전율은 역대 최고. 팀장의 표정이 밝다. "우리 팀 이번 분기 정말 잘했습니다. 모든 지표가 개선됐어요."

같은 회의, 브랜드 팀장의 얼굴은 다르다. 장기 고객 비율이 줄고, 재구매율이 작년보다 떨어지고, "품질이 좋은 브랜드"라는 인식이 낮아지고 있다. 할인 없이는 구매가 안 된다는 소비자 응답이 늘고 있다. 두 팀이 같은 브랜드를 두고 이야기하는데, 한쪽은 청신호를 다른 쪽은 적신호를 보고 있다. 회의실 공기가 이상해진다.

CEO가 묻는다. "그러면 어느 팀이 맞는 건가요."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두 팀이 모두 맞았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팀의 숫자도 정확했고, 브랜드 팀의 숫자도 정확했다. 그런데 그 두 숫자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모든 숫자가 맞는데 전체 방향은 틀려 있는 상태 — 효율의 함정은 정확히 이 모양으로 나타난다.

이 회의에서 나왔어야 할 세 번째 데이터가 있다. 지금 이 퍼포먼스 효율이 좋은 게, 브랜드 자산 덕분인가 아니면 퍼포먼스 마케팅 자체의 효과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두 팀의 데이터를 이어주는 맥락이 없다. 맥락이 없으면 숫자는 각자 자기 부서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무기로만 쓰인다. 효율을 극대화할수록 브랜드가 소모되는 역설, 단기 성과 지표를 최적화할수록 그 성과를 만드는 원천인 장기 브랜드 자산이 줄어드는 구조 — 이것이 효율의 함정이다.

이 장면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있다. 회의실마다 진행자가 다르고 지표의 이름이 다를 뿐, 구조는 거의 그대로 반복된다. 한쪽은 눈앞의 숫자로 말하고, 다른 쪽은 아직 숫자가 되지 못한 것으로 말한다. 그리고 회의는 대개 눈앞의 숫자를 가진 쪽의 승리로 끝난다. 불확실한 판단보다 확실한 숫자가 이기는 것, 그것이 조직이 결정을 내리는 방식의 기본값이기 때문이다.

효율이라는 덕목

The Virtue of Efficiency

효율이 마케팅에서 이만큼 힘을 갖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20세기 광고는 측정이 어려웠다. "내가 쓰는 광고비의 절반은 낭비다. 문제는 어느 절반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백화점 경영자 존 워너메이커의 이 말이 광고 업계의 오랜 고민을 요약했다.

내가 쓰는 광고비의 절반은 낭비다. 문제는 어느 절반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Half the money I spend on advertising is wasted; the trouble is I don't know which half.
— John Wanamaker

그 불확실성이 걷히기 시작한 게 2000년대 이후다. 클릭, 컨버전, 노출, 이탈률 — 모든 것이 숫자로 잡히기 시작했다. 이 측정 혁명은 진짜 진보였다. 낭비를 줄이고, 효과 있는 것에 집중하고, 근거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 광고의 효과를 직접 잴 수 없던 시절, 그저 믿고 브랜드 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던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마케팅이 감에서 과학에 가까워졌다. 이것이 진보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그 진보가 새로운 맹점을 만들었다. 측정 가능성이 생기자 최적화 경쟁이 시작됐다.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고객을 데려오는 것 — 이 목표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한정된 자원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는 것은 모든 조직의 숙제다. 다만 이 경쟁이 조직의 구조까지 조용히 바꿔놓았다. 마케팅 팀에 데이터 분석가가 들어오고, 광고 운영이 기술 중심으로 재편됐다. 평가 기준이 정성적 브랜드 가치에서 정량적 퍼포먼스 지표로 옮겨갔고, 그 결과 브랜드를 잘 키운 마케터보다 ROAS를 높인 마케터가 더 빠르게 인정받는 조직이 늘었다. 승진과 평판이 걸린 문제가 되면, 사람은 자연히 증명하기 쉬운 일을 택한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핵심 논리는 단순하다. 광고를 내보내고, 반응을 측정하고, 효과 있는 것에 더 투자하고, 효과 없는 것을 중단한다. 이 사이클을 빠르게 반복할수록 효율이 오른다. A/B 테스트, 타기팅 최적화, 비딩 알고리즘이 이 사이클을 가속한다. 이 논리는 내부적으로 완결돼 있고, 단기적으로는 실제로 작동한다. 작동하는 논리를 의심하기는 어렵다.

CFO의 시선도 이 흐름에 힘을 보탠다. 마케팅은 전통적으로 비용 항목이라, 줄이라는 압박을 늘 받는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이 비용이 이만큼의 수익을 만든다"는 문장으로 자기 예산을 방어할 수 있다. 브랜드 마케팅은 같은 문장을 만들기 어렵다. 그러니 경기가 나빠지거나 비용 절감 압박이 생기면, ROI를 직접 보여주지 못하는 브랜드 예산이 먼저 깎인다. 단기 재정 압박이 장기 브랜드 투자를 삭감하는 패턴은 조직마다 놀랍도록 비슷하게 반복된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최적화할 수 없고, 최적화할 수 없는 것은 예산을 받기 어렵다는 단순한 문장 하나가, 마케팅 전체를 측정 가능한 단기 성과 쪽으로 조금씩 기울인다.

이 효율 최적화의 논리가 결국 하는 일은, 측정하기 어려운 것들을 시스템에서 하나씩 지우는 것이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최적화할 수 없다. 최적화할 수 없는 것은 예산을 받기 어렵다. 그 결과 측정 가능한 단기 성과에 집중된 마케팅 활동만 남는다. 그리고 단기 성과에 집중된 마케팅이, 장기 브랜드 자산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효율이 좋아지는데 왜 브랜드는 나빠질까

답은 효율이라는 말 그 자체에 숨어 있다. 효율은 '무엇을 위한' 효율인지를 스스로 말해주지 않는다. 지금 잘 팔리는 것이 새로운 고객을 데려온 결과인지, 이미 있던 관심을 오늘로 앞당겨 쓴 결과인지 — 숫자는 이 둘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 구분을 하지 않으면, 마케팅이 실제로 하고 있는 두 가지 다른 일을 하나로 뭉뚱그리게 된다. 그 두 가지 일에는 이름이 있다.

마케팅의 수확과 파종이란 무엇인가

What Are Harvest and Sowing in Marketing?

마케팅에는 두 가지 다른 역할이 있다. 하나는 수확이다. 이미 브랜드에 관심 있는 소비자를 찾아, 그 관심을 구매로 바꾸는 일이다. 브랜드에 대해 이미 좋은 인식을 갖고 있거나 이미 구매 의향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 리타기팅, 검색 광고, 프로모션 이메일이 수확의 도구다. 다른 하나는 파종이다. 아직 브랜드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인식시키고, 긍정적인 연상을 만들고, 미래의 구매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브랜드 광고, 콘텐츠 마케팅, 스폰서십, PR이 파종의 도구다.

이 둘의 시간 구조가 다르다는 데 함정의 뿌리가 있다. 수확의 효과는 즉각 나타난다. 오늘 리타기팅 광고를 내보내면 오늘 구매가 일어난다. 결제 버튼이 눌리고, 숫자가 바로 대시보드에 찍힌다. 파종의 효과는 느리다. 오늘의 브랜드 광고는 6개월 후, 1년 후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바로 그 순간에야 조용히 다시 불려나와 값을 한다. 그 사이 대시보드에는 아무것도 찍히지 않는다. 그러니 효율만 놓고 비교하면 수확이 파종을 이기는 게 당연하다. 이미 관심 있는 사람에게 닿는 것이 관심 없는 사람에게 닿는 것보다 단기 전환율이 높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효율을 기준으로 예산 배분을 결정하면 수확에 더 많은 예산이, 파종에 더 적은 예산이 간다. 단기적으로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인다. 그런데 파종이 없으면 다음에 수확할 것이 줄어든다. 파종에 투자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인과관계가 데이터에는 잘 잡히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인과관계가 매 분기 조금씩 파종의 몫을 깎아낸다. 아무도 나쁜 결정을 내렸다고 느끼지 않은 채로.

한 계절의 농사를 떠올리면 이 구조가 직관적으로 이해된다. 봄에 씨앗을 심는 것은 가을에 거두기 위해서다. 봄의 파종이 가을의 수확을 만든다. 그런데 파종과 수확 사이의 시간 간격이 길어서, 특정 계절의 수확이 그 계절의 파종과 직접 연결되어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수확은 이전의 파종 때문이고, 지금의 파종은 미래의 수확을 위한 것이다. 효율 최적화가 파종을 줄이는 것은, 지금의 수확을 더 효율적으로 하는 대신 미래의 수확 기반을 갉아먹는 일이다. 농부라면 누구나 아는 이 상식이, 분기 단위로 움직이는 마케팅 조직 안에서는 자꾸 잊힌다.

여기에 조직의 구조도 한몫한다. 수확을 책임지는 사람과 파종을 책임지는 사람이 서로 다른 팀, 다른 KPI, 다른 보고 라인에 있다. 각자는 자기 몫에서 최선을 다한다. 퍼포먼스 팀은 이번 분기의 전환율을, 브랜드 팀은 장기 인지도를 관리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밭에 다음 계절 몫의 씨앗이 충분히 뿌려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전체로서 들고 있는 사람은 조직도 어디에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파종의 부족은 사고처럼 오지 않는다. 부식처럼,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채 서서히 온다.

6 대 4의 법칙

The 60:40 Ratio

이 구조를 데이터로 증명한 연구가 있다. 영국의 마케팅 연구자 레스 비넷(Les Binet)과 피터 필드(Peter Field)는 IPA(영국광고대행사협회)의 광고 효과 사례 연구 데이터베이스에서 수백 개의 캠페인을 분석했다. 단기 활성화 캠페인과 장기 브랜드 구축 캠페인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장기적으로 브랜드 성장에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투자 비율은 브랜드 마케팅(파종)에 약 60%, 퍼포먼스 마케팅(수확)에 약 40%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은 이 비율을 뒤집어서 퍼포먼스 마케팅에 더 많은 예산을 쓴다. 효율을 쫓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역전이 일어난다. 누구도 의도적으로 그렇게 결정하지 않는데, 매 분기의 합리적 선택들이 쌓여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다.

비넷과 필드의 연구가 짚는 지점이 하나 더 있다. 브랜드 마케팅과 퍼포먼스 마케팅은 서로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강화한다는 것이다. 강한 브랜드가 있으면 퍼포먼스 마케팅의 ROAS가 높아진다. 브랜드를 이미 알고 좋아하는 소비자가 광고에 더 잘 반응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마케팅이 없으면 퍼포먼스 마케팅의 효율도 함께 낮아진다. 두 가지를 함께 했을 때 각각의 효과가 배가되는 구조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효율이 좋은 것이, 브랜드 자산 덕분인지 퍼포먼스 자체의 효과인지 — 단기 지표만으로는 구분되지 않는다.

이 상호 강화는 단기 지표만 보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늘의 ROAS가 4.2라는 숫자는, 그 4.2가 어디서 왔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퍼포먼스 팀은 자기 숫자를 온전히 자기 실력으로 읽고, 그 숫자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 브랜드 팀이 몇 년에 걸쳐 심어둔 씨앗에서 나왔다는 것은 아무도 계산에 넣지 않는다. 두 팀의 성과가 실은 하나로 얽혀 있는데, 측정 방식이 그 얽힘을 지워버린다.

비넷과 필드의 60:40이 하나의 완벽한 공식이라는 뜻은 아니다. 카테고리와 브랜드의 성장 단계에 따라 적정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이 숫자가 의미 있는 것은, 방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규모 캠페인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일관되게 파종 쪽이 더 크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효율이라는 렌즈로만 보면 조직은 자꾸 그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렌즈가 방향을 왜곡하는 것이다.

두 팀장이 둘 다 옳았던 이유

다시 처음 장면으로. 퍼포먼스 팀장과 브랜드 팀장은 둘 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서로 다른 시간을 보고 있었을 뿐이다. 한 사람은 지금 거두고 있는 것을 셌고, 한 사람은 다음에 거둘 씨앗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봤다. CEO가 던졌어야 할 질문은 "누가 맞나"가 아니라 "지금 이 효율은 무엇을 밑천으로 서 있나"였다.

이 밑천을 묻지 않으면, 함정은 스스로 확신을 만들며 깊어진다. 파종을 줄여도 처음에는 티가 나지 않는다. 쌓아둔 브랜드 자산이 남아 있어서, 퍼포먼스 지표는 한동안 여전히 좋다. 그 좋음이 "역시 효율을 높이는 쪽이 옳았다"는 확증으로 읽힌다. 확증은 같은 방향의 결정을 한 번 더 정당화한다. 문제가 눈에 보일 때쯤엔 이미 몇 계절이 지나 있고, 그때는 "경쟁이 심해졌다"거나 "시장이 어렵다"는 말로 설명된다. 원인을 파종 부족이 아니라 바깥 탓으로 돌리는 순간, 같은 결정이 한 번 더 반복된다.

이것이 효율의 함정이 유독 빠져나오기 어려운 이유다. 함정에 빠진 순간에는 오히려 성과가 좋아 보인다. 경보음이 울려야 할 자리에 박수가 울린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는, 이미 자산이 상당히 소진된 뒤에야 뒤늦게 도착한다. 그리고 그 자산을 다시 채우는 데는, 소진하는 데 걸린 시간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든다. 봄을 건너뛴 밭은 다음 가을에 저절로 채워지지 않는다.

효율은 나쁜 목표가 아니다. 문제는 효율이 유일한 잣대가 될 때, 그리고 수확이 파종보다 항상 먼저 선택될 때 시작된다. 그 순간 조직은 이번 가을을 위해 다음 봄의 밭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그 대가는 청구서처럼 바로 오지 않는다. 다음 계절이 와서야, 씨 뿌리지 않은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시리즈의 다음 편들은 그 빈자리가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떤 얼굴로 드러나는지를 하나씩 들여다본다.

Efficiency tells you how much you reaped. It never tells you who planted the s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