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tell the truth
Brand · 성공 · 조직관성 — No.49-success-trap

잘되고 있다는 착각

성과가 좋을 때 그 이유를 캐묻지 않으면, 성공이 다음 실패를 준비한다
이 글이 답하는 질문
  • 성과가 좋을 때 브랜드가 놓치는 것은 무엇인가?
  • 짐 콜린스가 말한 성공의 구조적 위험이란 무엇인가?
  • 성공한 방법에 대한 집착은 왜 위험한가?
  • 성공한 브랜드가 왜 스스로 다음 실패를 준비하게 되는가?
이런 분께지금 성과가 잘 나오고 있는 브랜드·마케팅 팀

성공은 실패의 반대말이 아니다. 가장 잘 되고 있을 때, 다음 실패는 이미 준비되고 있다.

브랜드 팀이 지난 3년의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매출 성장률은 업계 평균의 두 배, 브랜드 인지도는 역대 최고치, 고객 만족도는 경쟁사를 앞섰다. 팀장의 얼굴에 만족감이 번졌다. 3년의 노력이 좋은 숫자로 돌아온 순간이니 당연했다.

스크린의 마지막 장에는 다음 분기 목표가 이미 더 높게 적혀 있었다. 질문 시간, 한 임원이 손을 들었다. "왜 이렇게 잘 됐을까요?" 팀장은 답했다. 강력한 포지셔닝, 탁월한 크리에이티브, 효과적인 미디어 집행, 헌신적인 팀워크. 듣기 좋은 말들이었다.

임원이 다시 물었다. "그중 무엇이 가장 결정적이었나요? 그게 지금도 작동하고 있나요? 3년 전과 비교해 소비자 행동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명확한 답이 없었다. 좋은 성과 앞에서 "왜 잘 됐는가"를 엄밀히 캐묻는 일은 원래 드물다. 잘 된 것은 잘 된 것이고, 다음 목표를 더 높게 잡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으니까.

2년 뒤, 그 브랜드의 성장은 멈췄다. 시장이 바뀌었다, 경쟁이 심해졌다, 트렌드를 놓쳤다 — 다 맞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그 설명들 중 어느 것도 "왜 그 변화를 미리 못 봤는가"에는 답하지 못했다. 성장이 멈추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한 것들이 있었다. 성공했던 3년 동안 그 성공의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 성과가 좋으니 더 깊이 물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는 것. 새로운 소비자 행동의 신호들이 분명 있었지만, 좋은 지표 뒤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는 것.

이 장면이 낯설지 않다면, 그건 이 회의실이 특별해서가 아니다. 성과 발표회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좋은 숫자가 스크린에 뜨고, 박수가 나오고, 다음 목표가 더 높게 설정된다. 그 사이 어딘가에 있어야 할 질문 — 이 숫자가 왜 만들어졌는가 — 은 자리를 잡지 못한 채 회의가 끝난다. 문제는 그 질문의 부재가 사고가 아니라는 데 있다. 성과가 좋을 때 그 질문을 생략하는 것은, 오히려 대부분의 조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성공은 왜 의심받지 않는가

The virtue no one questions

성공을 추구하는 것은 비즈니스가 존재하는 이유에 가깝다. 성과를 내고 목표를 달성하고 경쟁에서 이기는 일. 성공한 사례를 분석하고 그 요인을 배워 적용하는 것도 합리적인 학습 방법이다. 성공에 가치를 두는 것 자체가 조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브랜드에서는 이 덕목이 특히 강력하게 느껴진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마음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 경쟁 우위가 생긴다.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먼저 떠올리고, 선택하고, 더 높은 가격도 기꺼이 지불한다. 수년간의 투자가 성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성과가 좋으면 예산이 늘고, 인재가 모이고, 안팎의 신뢰가 쌓인다. 그 자원이 다음 성공의 발판이 된다. 성공이 성공을 부르는 선순환 — 이 선순환이 도는 동안에는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다는 감각이 함께 강화된다.

이 감각은 착각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것이 잘 되고 있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성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증거처럼 느껴진다. 우리의 판단이 옳았다는 증거, 이 방향이 맞는다는 증거, 지금 하는 대로 계속해도 된다는 증거. 성과가 이 증거의 역할을 떠맡는 순간, 조직은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다시 던질 이유를 잃는다. 답은 이미 숫자로 나와 있으니까. 그리고 그 숫자에 반박하는 것은, 숫자를 만든 사람들의 노력을 부정하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문제는 정확히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성공이 성공을 만드는 선순환과, 성공이 실패를 준비하는 구조는 별개의 두 사건이 아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선순환이 강할수록 그 아래 쌓이는 쇠락의 씨앗은 더 보기 어려워진다. 모든 지표가 좋은데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를 묻는 일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비생산적으로까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의 함정이 가장 깊어지는 시점은, 역설적으로 성공이 가장 잘 풀리고 있는 바로 그때다.

성공이 성공을 만드는 동안, 성공은 동시에 실패를 준비한다.

미국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How the Mighty Fall)』에서 이 패턴을 체계적으로 들여다봤다. 한때 위대했던 기업들이 어떻게 쇠락했는지 추적한 결과, 쇠락의 씨앗은 거의 언제나 성공의 절정기에 심어져 있었다. 성공에 대한 과신, 성공을 만든 요인에 대한 무규율적인 확장, 위험 신호를 외면하는 경향. 콜린스가 짚은 패턴 중 하나가 "규율 없는 더 많은 것을 향한 욕구(Undisciplined Pursuit of More)"다. 성공이 자신감을 키우고, 그 자신감이 조직을 사방으로 확장시킨다. 핵심에서 먼 사업에 손을 대고, 빠른 성장을 위해 원칙을 하나둘 접는다. 성공이 만든 자원과 자신감이 오히려 조직을 핵심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브랜드로 옮기면, "이 이름으로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답하는 태도가 이 패턴이다. 확장이 가능한 것과, 그 확장이 브랜드 자산에 실제로 기여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흥미로운 것은 브랜드 하나가 이런 위험을 딱 하나만 겪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대개 함께, 그리고 순서대로 온다. 이유를 안다는 착각이 방법에 대한 집착을 정당화하고, 그 집착이 자원을 한 방향으로 계속 밀어 넣고, 밀어 넣은 자원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그 방향으로 더 단단히 굳힌다. 하나의 위험이 다음 위험을 부르는 연쇄에 가깝다.

성공이 만드는 네 가지 위험

Four risks success quietly creates

콜린스의 분석을 브랜드 경영으로 옮기면, 성공은 대체로 네 가지 방식으로 미래의 위험을 준비한다.

  • 성공의 이유에 대한 과신
  • 성공한 방법에 대한 경직성
  • 성공이 만드는 내부 자원의 쏠림
  • 성공이 만드는 브랜드 자체의 경직성

콜린스가 굳이 "구조적"이라는 말을 붙인 이유가 있다. 이 네 가지는 무능하거나 나태한 조직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유능하고 성실한 조직일수록 더 선명하게 나타난다. 유능하니 성과를 냈고, 성과를 냈으니 그 방법을 믿게 되고, 믿으니 자원을 몰아주고, 몰아준 자원이 다시 성과를 강화한다. 이 회로 자체가 위험을 만든다. 누군가의 실수를 찾아 고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잘 작동하는 시스템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부작용에 가깝다.

이유를 안다고 믿는 순간

성과가 좋을 때, 우리는 그 이유를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성공의 이유는 언제나 여럿이 뒤섞여 있다. 우리가 잘한 것, 시장 상황이 좋았던 것, 경쟁자가 실수한 것, 순전한 운. 이걸 분리해서 보는 일은 원래 어렵다. 성공이 계속되면 "우리가 잘한 것"의 비중을 실제보다 크게 인식하는 쪽으로 기운다. 이 과신이 이후의 판단에 그대로 스며든다. 실은 시장이 좋아서 성과가 났는데 전략이 탁월했다고 판단하면, 시장이 꺾일 때 전략을 바꾸는 시점도 함께 늦어진다.

행동경제학은 이 현상에 이름을 붙였다. 귀인 편향(attribution bias) — 성공은 내부 요인(우리의 능력, 전략)으로, 실패는 외부 요인(시장, 운)으로 돌리는 경향이다. 조직 단위에서도 똑같이 작동한다. 잘되면 "전략이 옳았다", 안되면 "시장이 나빴다". 이 편향은 성공이 지속되는 동안 조용히 강화된다. 성과가 좋을수록 역량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고, 그 자신감이 외부 변화에 대한 경계심을 갉아먹는다.

브랜드 캠페인이 성공하면 이 편향은 한층 또렷해진다. 크리에이티브가 좋아서 팔렸다고 믿기는 쉽지만, 그 시기에 카테고리 전체가 성장하고 있었을 수도, 경쟁사의 공급 문제가 반사이익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여러 원인이 뒤섞여 있다는 사실 자체를, 좋은 성과 앞에서는 굳이 들여다보지 않는다. 성과가 곧 답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답을 의심하는 순간, 이번 성과를 만든 사람들의 몫까지 함께 의심받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아무도 먼저 의심하려 하지 않는다.

방법에 대한 집착이 시작되는 지점

어떤 방법이 성공을 만들었으면, 그 방법을 계속 쓰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환경이 바뀌면 그 방법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그 방법에 대한 투자와 조직적 관성이 클수록, 효과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시점은 계속 늦어진다.

전략 연구자들은 이걸 역량의 함정(competency trap)이라 부른다. 어떤 방법을 많이 쓸수록 그 방법에 더 능숙해지고, 능숙해질수록 그 방법에 더 의존하게 된다. 환경이 바뀌면 그 능숙함이 오히려 새로운 방법을 탐색하는 일을 방해한다. 과거의 능숙함이 미래의 학습을 가로막는 셈이다.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이 경직성이 흔히 나타난다. 특정 톤앤매너나 캠페인 유형이 한 번 성공을 만들면, 그 방향을 계속 강화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소비자가 그 방식에 익숙해지면 효과는 줄어든다. 익숙한 자극에는 눈길이 머물지 않는다. 성공한 크리에이티브가 서서히 소비자에게 보이지 않게 되는 과정인데, 정작 그 방향이 한때 성공했다는 이유로 바꾸는 일은 더 어려워진다.

이 집착은 대개 "우리 방식"이라는 말로 조직 안에 자리 잡는다. 한 번 통한 방식은 다음 브리프에도, 그다음 브리프에도 기본값으로 다시 올라온다. 그 방식이 통했던 이유가 방식 자체였는지, 그때의 시장 상황이었는지는 점점 질문되지 않는다. 질문하지 않아도 결과가 계속 좋으면, 질문할 이유는 더더욱 사라진다.

자원이 저절로 쏠리는 곳

성과가 좋은 팀이나 사업부에는 자원이 자연스럽게 모인다. 더 큰 책임이 주어지고, 더 많은 인력이 옮겨 온다. 그만큼 다른 실험들은 줄어든다. 조직이 이미 성공한 것에 집중할수록, 다음 성공의 씨앗이 될 만한 작은 실험들은 조용히 축소된다.

이건 언뜻 합리적인 자원 배분처럼 보인다. 성과를 내는 곳에 자원을 더 주는 건 논리적이니까. 그런데 이 논리가 탐색(exploration)보다 활용(exploitation)을 지나치게 우대하게 만든다. 이미 아는 것을 더 잘 하는 일과, 아직 모르는 가능성을 찾는 일은 둘 다 필요하다. 성공한 조직에서 활용이 점점 지배적이 되면서 탐색이 밀려나는 것, 그것이 성공이 만드는 구조적 위험이다. 마케팅에서는 검증된 채널에만 예산이 몰리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잘 작동하는 채널에 예산이 집중되고, 아직 증명되지 않은 채널은 뒷전이 된다. 소비자의 미디어 소비 패턴이 바뀌어 그 채널이 힘을 잃을 즈음엔, 새 채널에 대한 학습은 이미 늦은 상태다.

이 쏠림은 예산표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조용히 드러난다. 잘 나가는 캠페인의 다음 시즌 예산은 별다른 논의 없이 늘고, 아직 성과가 증명되지 않은 새 시도의 예산은 매번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몇 번만 반복되면 조직의 포트폴리오 전체가 좁아진다. 잘하는 것은 계속 더 잘하게 되고, 새로 시도하는 것의 자리는 조금씩 사라진다.

브랜드 자신이 갇히는 이미지

브랜드가 성공하면 그 정체성은 소비자의 머릿속에 뚜렷하게 새겨진다. 이 각인은 강력한 자산이지만, 동시에 강력한 제약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어떤 방식으로 기대하기 시작하면, 그 기대를 벗어나는 일 자체가 저항에 부딪힌다. 브랜드가 강할수록 기대는 더 명확해지고, 그 명확함이 곧 경직성이 된다.

이 경직성은 소비자의 기대 자체가 변할 때 특히 문제가 된다. 한 시기의 강점이던 인식이 시대가 바뀌면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이 건강 트렌드 앞에서 이 딜레마를 겪었다. "맛있고 빠르고 저렴한"으로 성공한 브랜드가 "건강한 선택"으로 옮겨가려 하면, 기존 고객에게는 낯설고 건강 지향 소비자에게는 미덥지 않은 어정쩡한 자리에 놓이기 쉽다.

맥도날드가 2000년대 중반부터 건강 이미지 개선을 시도한 과정이 이 경직성을 보여준다. 샐러드와 건강 메뉴를 추가하고 영양 정보를 공개했지만, 이것이 "건강한 브랜드"라는 인식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맥도날드의 자리는 이미 뚜렷했다. 오히려 원래의 강점 — 빠르고 맛있고 저렴한 경험의 품질을 높이는 방향이 더 효과적이었다. 성공한 브랜드는 자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소비자의 강한 기대를 이미 갖고 있고, 그 기대를 거스르는 시도는 종종 역효과를 낸다.

이 경직성이 무서운 이유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매출은 여전히 나오고, 브랜드 인지도도 당장 흔들리지 않는다. 다만 그 인지도가 가리키는 이미지의 폭이 조금씩 좁아진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떠올릴 때 연상하는 것의 범위가 좁아지고 있다는 신호는, 매출 그래프보다 훨씬 늦게, 훨씬 조용히 나타난다.

성과 발표회로 돌아가 보자. 그 자리에서 정말 위험했던 건 나쁜 숫자가 아니었다. 좋은 숫자 앞에서 아무도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침묵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껴졌다는 것이었다. 성공은 스스로 질문을 필요 없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 재주야말로 성공이 가진 가장 조용한 함정이다.

성공을 축하하는 것과 성공의 이유를 캐묻는 것은 원래 같이 갈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의실에서는 앞의 것만 남고 뒤의 것은 조용히 생략된다. 박수는 남고 질문은 사라진다. 이 침묵이 실제로 어떻게 브랜드를 무너뜨리는지 — 한 시대를 지배했던 브랜드들이 어떻게 자신의 성공에 갇혔는지는 다음 편에서 이어간다.

The better things look, the fewer questions get ask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