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tell the truth
Brand · 라이선싱 · 브랜드희석 — No.52-burberry-diluted-luxury

닳아버린 격자무늬

라이선싱으로 늘린 매출은, 브랜드가 팔아치운 희소성의 값이었다
이 글이 답하는 질문
  • 라이선싱은 왜 럭셔리 브랜드에 위험한가?
  • 버버리는 왜 체크 패턴을 남용하게 됐는가?
  • 희석된 브랜드는 얼마나 걸려야 회복되는가?
  • 매출이 느는데 브랜드 힘은 왜 함께 줄어드는가?
이런 분께브랜드 확장과 라이선싱을 검토하는 럭셔리·프리미엄 브랜드 담당자

성공한 럭셔리 브랜드가 무너지는 방식은 대개 하나다. 너무 많이 팔았다.

명품 브랜드의 성공은 희소성 위에 세워진다.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인식이 프리미엄 가격을 정당화하고, 그 프리미엄이 브랜드를 특별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구조에는 처음부터 균열이 내장돼 있다. 브랜드가 성공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그것을 원하게 되고, 그 욕망을 채워주고 싶은 유혹이 뒤따른다. 생산을 늘리고, 유통을 넓히고, 이름을 빌려주는 라이선싱을 확장한다. 바로 그 순간, 애초에 브랜드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희소성이 새기 시작한다.

수요를 충족시키는 일과 희소성을 지키는 일은 같은 방향을 보지 않는다. 하나를 만족시키면 다른 하나가 손상된다. 명품 경영의 핵심 과제는 정확히 이 모순을 관리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 긴장 관리에 실패한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이름이 버버리다.

역설적인 것은, 이 잠식이 브랜드가 실패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잘하고 있을 때 시작된다는 점이다. 매출이 오르고, 인지도가 오르고, 회의실의 분위기가 좋을 때 확장의 유혹도 함께 커진다. 성공이 만든 자신감이 다음 결정을 밀어붙이고, 그 결정이 성공을 만든 바로 그 조건을 갉아먹는다. 이 순환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 무렵에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뒤다.

이 이야기를 한 브랜드의 특이한 실수로만 읽으면 요점을 놓친다. 성공이 만드는 유혹은 어느 럭셔리 브랜드에나 같은 모양으로 찾아온다. 잘 팔릴 때 더 팔고 싶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문제는 그 자연스러움이 브랜드를 서서히 반대 방향으로 밀어낸다는 데 있다.

라이선싱이라는 지름길

The shortcut called licensing

버버리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라이선싱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브랜드 이름과 상징을 빌려주고 로열티를 받는 이 방식은 매출을 빠르게 불리는 데 효과적이다. 직접 생산하지 않아도 매출이 잡히고, 재고 부담 없이 브랜드 노출만 늘어난다. 자체 매장을 짓고 직접 제품을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값싼 성장 경로였다.

이 지름길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 순간의 셈법이 흠잡을 데 없어 보인다는 데 있다. 계약 한 건마다 매출이 더해지고, 로고가 노출되는 채널이 늘어날수록 인지도도 함께 오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단기 지표만 보면 라이선싱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그 계산이 브랜드가 무엇을 파는가라는 질문을 슬그머니 빼놓는다는 데 있다. 로열티는 계약서에 명시할 수 있지만, 브랜드가 상징하는 감각은 계약서에 명시할 수 없다.

버버리를 버버리답게 만들었던 것은 베이지·블랙·레드·화이트로 짜인 체크 패턴이었다. 이 상징이 지나치게 다양한 제품에 씌워지기 시작했다. 브랜드가 무엇을 상징하는가보다, 그 상징을 얼마나 많은 물건에 붙일 수 있는가가 기준이 됐다. 처음 이 체크가 담고 있던 것은 영국 귀족적인 헤리티지의 이미지였다. 그 이미지는 정의상 소수의 것이어야 성립한다. 같은 패턴이 도처에서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그 소수성의 전제가 조용히 무너졌다.

라이선싱 계약은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합리적인 결정들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이 카테고리도 괜찮겠다, 이 채널도 나쁘지 않겠다. 그런데 그 합리적인 결정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브랜드가 무엇을 상징하는지보다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만 남는다. 함정은 큰 실수 하나가 아니라, 작은 승인들의 누적으로 완성된다.

흔해진 상징

A symbol worn thin

브랜드 자산은 눈에 보이지 않게 닳는다. 공장의 기계처럼 마모가 계기판에 뜨지 않는다. 버버리 체크가 겪은 일이 그랬다. 너무 많은 제품, 너무 넓은 유통 채널에 실리면서 그 무늬를 알아보는 사람의 수는 늘었지만, 그 무늬를 원하는 이유는 옅어졌다. 흔한 것은 특별할 수 없다. 그리고 흔해진 럭셔리는 이미 럭셔리가 아니다.

여기서 조용히 뒤바뀌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그 상징을 원하는 이유다. 희소했을 때는 그것을 알아보는 소수의 눈에 들기 위해 그 브랜드를 골랐다. 흔해진 뒤에는, 그저 알아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유가 된다. 이름을 알아보는 사람이 알아본다는 것과, 이름을 알아보는 소수만이 알아본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매력이다. 브랜드는 후자를 팔고 있다고 믿으면서, 실은 전자를 팔고 있었다.

이 희석은 브랜드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까지 번졌다. 당시 영국에서 이 체크 패턴이 특정 하위문화와 연관되기 시작한 것이다. 브랜드가 애초에 의도했던 연상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가 패턴에 들러붙었다. 브랜드는 자신이 무엇을 상징할지 스스로 정하고 싶어 하지만, 상징이 충분히 흔해지고 나면 그 결정권은 더 이상 브랜드의 것이 아니게 된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그 상징을 걸치는지가 브랜드의 의미를 대신 써버린다.

이것이 라이선싱의 진짜 위험이다. 브랜드는 계약서로 로열티는 관리할 수 있어도, 그 상징을 실제로 소비하는 사람들의 맥락까지는 관리할 수 없다. 통제권을 넘기는 순간, 브랜드의 의미는 브랜드의 손을 떠난 곳에서 다시 쓰인다. 이름을 빌려주는 일은 결국 의미를 빌려주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계약이 성사되는 시점에는 아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상징이 흔해지면, 그 상징이 무엇을 뜻하는지 브랜드는 더 이상 정할 수 없다.

문 앞에 서 있던 두 종류의 손님

Two kinds of customer at the door

라이선싱이 확장되던 시기, 버버리를 찾는 사람의 얼굴도 달라졌을 것이다. 이전까지 이 브랜드를 원했던 사람들은 그 체크를 알아보는 눈이 드물다는 사실 자체에서 만족을 얻었다. 값을 치르는 이유의 절반은 물건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그 물건을 알아볼 사람이 많지 않다는 확신이었다.

상징이 흔해지면 이 확신이 먼저 무너진다. 여전히 물건은 좋을 수 있다. 소재도, 만듦새도, 가격도 그대로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사는 이유 중 절반이 사라진다. 알아볼 사람이 드물다는 확신을 사려던 사람에게, 어디서나 눈에 띄는 상징은 더 이상 같은 상품이 아니다. 브랜드는 제품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도, 그 제품이 팔던 감정을 잃을 수 있다.

동시에 새로운 손님이 늘어난다. 상징이 흔해질수록 그것을 원하는 사람의 수는 오히려 늘어나기 마련이다. 누구나 알아보는 로고를 갖고 싶은 사람들이다. 이 새로운 수요가 매출을 떠받치는 동안, 원래의 손님이 조용히 떠나고 있다는 사실은 가려진다. 문 앞에 줄은 여전히 길어 보이지만, 그 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몇 년 전과 다르다.

이 교체는 매출표만 보면 문제로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니 성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두 종류의 손님은 브랜드에 지불하는 것이 다르다. 원래의 손님은 희소성에 값을 치렀고, 새로운 손님은 인지도에 값을 치른다. 인지도는 경쟁자도 쉽게 살 수 있지만, 희소성은 한 번 팔고 나면 같은 값에 되사기 어렵다.

매출이 느는데 브랜드 힘은 왜 함께 줄어드는가

Why does brand power shrink even as revenue rises?

이 시기 라이선싱은 실제로 매출을 끌어올렸다. 라이선싱은 애초에 그렇게 설계된 장치다 — 브랜드 이름을 더 넓게, 더 빠르게 현금으로 바꾸는 일. 단기적으로 숫자는 웃는다. 문제는 그 숫자가 보여주는 것과, 그 숫자를 만드는 과정이 갉아먹고 있는 것이 서로 다른 층위에 있다는 사실이다.

매출은 재무제표에 즉시 찍힌다. 브랜드가 '럭셔리'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갖는 힘은 그렇게 즉시 찍히지 않는다. 소비자가 그 이름에 얼마나 기꺼이 웃돈을 지불하는지, 가격을 얼마나 프리미엄으로 매길 수 있는지 — 이런 것들은 훨씬 느리게, 훨씬 조용히 움직인다. 실제로 버버리는 이 시기 단기적으로 매출을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럭셔리'라는 카테고리 안에서의 힘이 약해졌다. 두 숫자가 같은 저울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전혀 다른 시계로 움직이고 있었던 셈이다.

이 비가시성이 함정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 브랜드 자산이 깎이고 있다는 경고음은 울리지 않는다. 분기 실적에는 로열티 수입이 플러스로 잡힐 뿐, 브랜드가 잃고 있는 것에는 마이너스 표시가 붙지 않는다. 그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할 무렵에는, 이미 상당한 자산이 소모된 뒤다. 성공 중일 때 가장 늦게 눈에 띄는 손실이 바로 이런 종류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하다. 매 분기의 결정은 숫자로 정당화됐다. 라이선싱을 늘리자는 제안에 반대할 근거가 회의실 안에는 없었다. 반대 근거는 회의실 밖, 몇 년 뒤의 시장에만 있었다. 지금 보이는 숫자와 나중에 드러날 손실 사이의 이 시차가, 성공하고 있는 조직이 가장 속기 쉬운 함정이다.

브랜드 자산은 감가상각을 명시적으로 표시하는 회계 항목이 아니다. 공장 설비라면 마모될수록 장부가치가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인다. 브랜드의 마모는 그렇게 기록되지 않는다. 소비자의 인식 속에서 조용히 진행되다가, 가격 저항이 시작되거나 판매가 꺾이고 나서야 뒤늦게 숫자로 드러난다. 그때는 이미 희석이 상당히 진행된 뒤라는 점이, 이 함정을 유독 위험하게 만든다.

되돌리는 데 걸린 시간

What it took to undo

버버리가 방향을 튼 것은 2006년 무렵부터다. 라이선싱을 대폭 축소하고, 브랜드 포지셔닝을 다시 세우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 재건에는 수년이 걸렸다.

이 비대칭이 성공의 함정을 특히 잔인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브랜드를 희석시키는 데는 계약서 몇 장과 몇 년의 공격적 확장이면 충분했다. 그것을 되돌리는 데는 그보다 훨씬 긴 시간과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무너뜨리는 속도와 다시 쌓는 속도는 애초에 같은 속도로 설계돼 있지 않다. 한쪽은 순식간이고, 다른 한쪽은 더디다.

이 사실을 미리 계산에 넣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라이선싱 계약서에 서명할 때, 그 서명이 몇 년 뒤의 재건 비용까지 함께 서명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당장의 로열티 수입은 눈앞의 숫자로 보이지만, 재건에 드는 비용은 몇 년 뒤에야 청구서로 도착한다. 그 사이 시간차가 함정을 함정으로 만든다.

재건이 몇 년씩 걸리는 이유도 이 비대칭과 무관하지 않다. 라이선싱을 줄이는 결정은 계약 하나로 끝나지만, 소비자의 인식을 되돌리는 일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한 번 흔해진 상징이 다시 특별해 보이려면, 그 상징을 원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기억까지 새로 써야 한다. 브랜드는 스위치를 끄듯 방향을 바꿀 수 있어도, 그 브랜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은 그렇게 빠르게 바뀌지 않는다.

라이선싱을 축소한다는 것은 결국 매출을 스스로 줄이는 결정이기도 하다. 눈앞의 로열티 수입을 포기하고, 접근성 대신 희소성을 다시 선택하는 일이다. 이 선택은 확장할 때보다 훨씬 어렵다. 확장은 새로운 계약 하나를 더하면 되지만, 축소는 이미 굴러가고 있는 매출원을 끊어야 한다. 늘리는 결정은 누구도 반대하지 않지만, 줄이는 결정에는 언제나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당장의 숫자가 줄어드는 걸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건이 가능했던 것은,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지목했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흔들리는 이유를 '경기가 어렵다'거나 '경쟁이 심해졌다'는 식으로 뭉뚱그렸다면, 라이선싱을 줄이자는 결정은 애초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희석의 원인이 라이선싱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그 원인을 끊어내는 결정도 가능해진다. 성공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첫 단계는 언제나 원인을 정직하게 지목하는 것이다.

성공이 만든 유혹

The temptation success creates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이것이 한 브랜드만의 예외적인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라이선싱을 넓히고 싶은 유혹은 브랜드가 부진할 때가 아니라 잘 팔리고 있을 때 가장 크다. 수요가 있으니 채워주고 싶고, 잘 팔리니까 더 넓히고 싶다. 이 판단은 그 순간에는 지극히 합리적으로 보인다. 함정은 정확히 그 지점에 있다 — 성공이 만드는 자신감이, 그 성공의 기반이었던 희소성을 스스로 갉아먹는 결정을 정당화한다.

성공하고 있지 않은 브랜드라면 애초에 이런 유혹을 받지도 않는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이름을 빌려줄 사람은 없다. 그러니 이 함정은 정의상 잘하고 있는 브랜드에만 열린다. 실패의 함정이 아니라 성공의 함정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 함정은 계약서 한 장에서 열리지 않는다. 계약 한 건, 채널 하나, 카테고리 하나는 각각 놓고 보면 사소한 결정이다. 그 사소함이 함정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 누구도 "이번 계약이 브랜드를 희석시킬 것이다"라고 서명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계약이 몇 년에 걸쳐 쌓이고 나면, 어느 시점엔가 브랜드는 더 이상 예전의 그 브랜드가 아니게 된다. 희석은 사건이 아니라 누적이다.

럭셔리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지금의 확장이 브랜드가 상징하는 것을 넓히고 있는가, 아니면 그 상징을 팔아서 현금으로 바꾸고 있는가. 두 질문은 서두에는 흡사해 보이지만, 몇 년 뒤에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남긴다. 잘 팔리는 것과 여전히 특별한 것은, 생각보다 자주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이 질문에 답이 쉬웠던 적은 없다. 지금 잘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 판단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성과가 좋을 때 스스로에게 "이것이 브랜드를 넓히는 결정인가, 파는 결정인가"를 묻는 것은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감수하는 브랜드만이, 몇 년 뒤 다시 희소성을 사려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Every check sold too widely is a piece of scarcity sp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