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tell the truth
Perception · 브랜딩 · 전략 — No.59

익숙함이라는 지름길

새로운 것을 이해시키는 가장 빠른 길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활용하는 것
이 글이 답하는 질문
  • 사람은 낯선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 범주화·해석·놀라게 하기는 각각 무엇을 뜻하는가?
  • 카테고리 혁신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이런 분께새로운 컨셉·비즈니스·브랜드를 처음 시장에 소개해야 하는 마케터, 브랜드 전략가, 창업가

사람은 새로운 것을 새로 배우지 않는다. 이미 아는 것에 빗대어, 빌려서 이해한다.

브랜드·마케팅·광고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새로운 컨셉이나 새로운 비즈니스를 처음으로 소개해야 하는 순간을 자주 만난다. 세상에 없던 카테고리를 만드는 일이든, 기존 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던지는 일이든, 이 과제 앞에서는 늘 같은 질문이 남는다. 처음 보는 이것을,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이해하게 될까. 가장 까다로운 유형의 과제이면서, 동시에 가장 짜릿하고 동기부여가 되는 과제이기도 한 이유다. 이 시리즈에서는 그럴 때 쓸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을 차례로 소개하려 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 '범주화' 중심의 이해시키기다.

범주화 — 해석시키기 — 놀라게 하기

새로운 개념을 이해시키는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은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범주화, 해석시키기, 놀라게 하기. 이 셋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첫 단계, 범주화다. 나머지 두 단계는 이 첫 단계가 제대로 서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범주화는 사람이 무언가를 이해할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주 작동하는 인지 능력이다.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건 결국 기존의 어떤 것에 빗대어 생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은 이미 기억해둔 경험과 지식을 발판 삼아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낯선 무언가를 마주치면 머릿속은 가장 먼저 '이게 내가 아는 어느 분류에 속하는가'부터 직관적으로 판단한다. 날개 달린 어떤 동물이 눈앞에 나타났다면, 이름도 알기 전에 '새'라는 분류부터 떠올리는 것과 같다.

왜 뇌는 지름길을 선호하는가

이 과정이 이렇게 순식간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뇌는 매 순간 마주치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로 분석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눈앞의 대상 하나하나를 원자 단위로 뜯어보고 처음부터 판단을 내린다면, 일상의 아주 사소한 선택 하나에도 엄청난 인지적 비용이 든다. 그래서 뇌는 매번 처음부터 판단하는 대신, 이미 갖고 있는 분류 체계 — 심리학에서는 이를 스키마(schema)라 부른다 — 를 먼저 꺼내 쓴다. 새로운 대상을 기존 스키마 중 하나에 배정할 수 있다면, 그 대상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정보 대부분을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이 원리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아무리 혁신적인 제품이라도, 청중의 머릿속에 있는 어떤 분류에도 걸리지 않는다면 이해 자체가 시작되지 않는다. 이해가 시작되지 않으면, 설득이라는 그다음 단계는 시작조차 못 해보고 끝난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설명하는 가장 빠른 길은 언제나, 새로움을 강조하기 전에 먼저 '이것은 무엇과 같은 종류인가'를 분명히 해주는 데서 시작된다.

이 지점에서 마케터가 자주 빠지는 함정이 있다. 자신이 몇 달, 몇 년을 들여 그 제품을 속속들이 이해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는 것이다. 만든 사람에게는 이미 익숙해진 개념도, 처음 접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걸어둘 옷걸이 하나 없는 상태다. 설명을 들을 준비가 된 청중은 없다. 오직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옷걸이 — 기존의 분류 체계 — 에 걸 수 있는 것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뿐이다.

원형과 비교하며 이해는 완성된다

Comparing against the prototype

분류를 정했다고 이해가 끝나는 건 아니다. 그다음 단계는 해석시키기다. 사람은 자신이 그 분류에 대해 갖고 있는 '원형(prototype)' — 가장 전형적인 이미지 — 과 눈앞의 새로운 대상을 비교한다. 앞서 말한 날개 달린 동물이라면, 날개 모양은 어떤지, 실제로 날 수 있는지를 원형과 견주며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하나씩 짚어본다. 이 비교의 과정 자체가 곧 이해이며, 대부분 의식적인 노력 없이 아주 짧은 순간에 지나간다.

그 비교에서 유독 다른 점이 도드라지면, 사람은 그 대상을 더 또렷하게 기억한다. 날지 못하는 새를 만났다면, 그 새는 '새'라는 원형에서 벗어난 예외로 기억에 남는다. 세 번째 단계인 놀라게 하기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는 아니다. 그러나 이 단계가 성공적으로 작동하면, 그 대상은 단순한 예외를 넘어 원형에 가까운 지위로 기억 속에 자리 잡고, 훨씬 오래 남는다.

이 비교의 기준이 되는 원형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둘 만하다. 새를 떠올릴 때 누군가는 참새를, 누군가는 비둘기를, 또 누군가는 어릴 적 자주 보던 다른 새를 원형으로 삼는다. 브랜드가 새로운 것을 소개할 때 '이건 무엇과 닮았다'고 말하는 순간, 청중 각자가 떠올리는 원형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어떤 원형을 불러올 것인지 — 가장 널리 공유되고, 가장 오해의 여지가 적은 원형이 무엇인지 — 를 고르는 일 자체가 이미 전략의 일부다. 잘못된 원형을 불러오면, 청중은 그 브랜드를 이해하는 대신 엉뚱한 기대를 학습하게 된다.

이해한다는 것은 알아가는 일이 아니라, 이미 아는 것에 빗대는 일이다.
To understand something new is not to learn it from scratch, but to borrow it from something already known.

책상을 닮은 바탕화면

이 범주화 방식이 새로운 개념에 적용된 가장 익숙한 사례는 의외로 가까이 있다. 컴퓨터의 폴더가 무엇을 닮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컴퓨터 바탕화면의 디자인은 범주화 중심 방식으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인식시킨 대표적인 예다. 폴더는 과거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서류철을 그대로 본떴다. 간단한 라벨을 붙여 서로 다른 문서를 나눠 담던 그 익숙한 방식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인간의 범주화 능력을 빌려 '디지털화된 바탕화면'이라는 낯선 개념을 인식시키면서, 그 결과물 자체가 다시 분류와 범주화를 위한 도구가 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컴퓨터의 바탕화면은 책상 위 서류철보다 훨씬 편리하고 진일보한 기능을 제공했다. 이 놀라움 덕분에 지금은 별도의 학습이 필요 없는, 그 자체로 새로운 원형이 되었다. 범주화로 익숙하게 다가가고, 놀라게 하기로 스스로 새로운 기준이 된 셈이다.

이런 방식은 디지털 제품에서만 반복되는 게 아니다. 낯선 서비스를 처음 시장에 소개할 때도 같은 구조가 자주 쓰인다. 처음 등장한 차량 호출 서비스는 스스로를 '앱으로 부르는 개인 기사'에 빗대며 등장했고, 낯선 형태의 숙박 서비스는 '누군가의 집에 머무는 호텔'이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했다. 둘 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처음부터 설명하는 대신, 사람들이 이미 잘 아는 원형 — 기사가 있는 이동, 호텔에서의 숙박 — 을 먼저 불러온 뒤, 그 원형과 다른 지점을 하나씩 덧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첫인상을 먼저 확보하고, 차별점은 그다음에 전달한 것이다.

시장 내에서 대체하고 개선하는 브랜드라면

당신의 비즈니스나 제품, 서비스, 브랜드가 기존에 존재하던 어떤 것과 유사한 특징을 가지면서도 그것을 대체하거나 개선하는 성격을 지닌다면, 범주화 중심 접근이 특히 도움이 된다. 긴 설명 없이도 브랜드를 이해시킬 수 있고, 그것을 구매했을 때 얻게 될 기대치도 비교적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다만 범주화와 해석에서 멈추면 그 브랜드가 지닌 새로움의 크기 자체가 제한된다. 범주화만 하고 놀라게 하지 못한 브랜드는, 그저 '그 카테고리의 무난한 하나'로 남는다. 그래서 놀라게 할 수 있는 지점을 분명히 짚어 함께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다.

반대로 지금 소개하려는 대상이 기존의 어떤 것과도 뚜렷하게 닮은 구석이 없다면, 범주화 중심 접근은 오히려 청중을 엉뚱한 기대로 이끌 위험이 있다. 억지로 가까운 원형을 찾아 빗대는 순간, 청중은 그 원형이 갖고 있던 특징과 한계까지 함께 그 브랜드에 씌워버리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범주화를 서두르기보다 처음부터 낯섦을 인정하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편이 낫다. 오늘은 범주화가 잘 통하는 조건 — 대체와 개선의 성격이 뚜렷한 경우 — 에 집중해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카테고리 혁신이란 무엇인가

이 지점에서 떠올릴 만한 개념이 '카테고리 혁신(category innovation)'이다. 세계적인 마케팅 학자 데이비드 아커(David Aaker) 교수가 소개한 개념으로, 어떤 브랜드가 실제로는 기존 카테고리 안에 머물러 그 유사성으로 쉬운 이해를 얻으면서도, '놀라게 하기'를 통해 부분적으로 혁신적인 아이콘이 되는 경우를 설명한다. 카테고리 혁신에 성공한 브랜드는 그 카테고리 안에 새로운 하위 카테고리를 만들어내고, 그 하위 카테고리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즉 사실상의 시장 리더십을 갖게 된다.

아커 교수는 이 개념의 대표 사례로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명사가 된 도요타 프리우스와, 담백한 맛의 맥주를 대표하는 아사히의 수퍼드라이를 든다. 두 브랜드 모두 처음부터 별도의 신규 카테고리를 표방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동차 시장과 맥주 시장이라는, 소비자에게 이미 익숙한 큰 분류 안에 그대로 머물렀다.

프리우스는 자동차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그대로 머물면서도, 하이브리드카로 표현되는 '친환경' 포지셔닝의 리더십을 만들어냈다. 실용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메시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프리우스를 떠올리게 되었다. 분류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놀라게 하기로 독보적인 포지션을 만들어낸 좋은 사례다.

아사히의 수퍼드라이 역시 마찬가지다. 깊고 진한 맛을 강조하던 기존 맥주 시장에 '수퍼드라이'라는 상품을 새롭게 선보이면서, 담백한 맛을 가진 맥주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가볍고 담백하게 마실 수 있는 맥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수퍼드라이는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는 답이 되었다.

두 사례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다. 프리우스도, 수퍼드라이도 카테고리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동차는 여전히 자동차였고, 맥주는 여전히 맥주였다. 이들은 익숙한 분류 안에 머무는 대가로 설명의 부담을 크게 줄였고, 그렇게 아낀 여력을 '무엇이 다른가'를 또렷하게 각인시키는 데 온전히 썼다. 카테고리를 새로 만드는 쪽을 택했다면 훨씬 많은 시간과 예산을 '이게 대체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데 써야 했을 것이다. 카테고리 혁신은 그 설명 비용을 아끼는 대신, 놀라게 하기에 화력을 집중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전략에는 반대편의 위험도 있다. 범주화가 지나치게 성공해서 원형과의 유사성만 두드러지고 다른 점이 흐릿해지면, 그 브랜드는 그저 '그 카테고리의 무난한 선택지 중 하나'로 소비자의 기억에 조용히 묻힌다. 범주화는 이해의 문턱을 낮추는 일이지, 그 자체로 선택받는 이유가 되어주지는 않는다. 문턱을 낮춘 다음에는 반드시, 그 문 안으로 들어온 사람에게 '그런데 왜 하필 이것인가'에 대한 답을 줘야 한다. 그 답을 정확하고 인상 깊게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마지막 단계, 놀라게 하기다.

분류 안에서 새로운 원형을 추구한다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구매가 일어나는, 이른바 풀(Pull) 기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체하거나 새롭게 하려는 상황에서 이 범주화 기반의 새로운 원형 만들기 방식은 특히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그리고 분류라는, 사람이 무언가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이해하는 일은 꼭 브랜드나 마케팅 관련 업무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개념을 전달하고 설명해야 하는 모든 순간에 쓸모가 있다.

다만 그 이해가 분류에서 멈춘다면, 정작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범주화는 이해의 문을 여는 열쇠일 뿐, 그 문 너머에서 무엇이 다른지를 보여주는 건 해석과 놀라게 하기의 몫이다. 새로운 것을 소개할 때 우리가 정말 던져야 할 질문은 두 가지다. 이것은 무엇과 닮았는가, 그리고 무엇이 다른가.

새로운 컨셉을 앞에 두고 회의실에서 자주 벌어지는 실수는, 이 두 질문의 순서를 건너뛰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다른가'부터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청중의 머릿속에 아직 이것을 놓아둘 자리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면, 아무리 정교한 차별점을 나열해도 그 정보는 붙잡을 곳 없이 흩어진다. 먼저 익숙한 자리를 하나 빌려주고, 그 자리 안에서 놀라움을 보여주는 것 — 범주화 중심 접근이 말해주는 순서는 결국 이만큼 단순하다.

다음 글에서는 이와는 다른 결의 두 번째 방식을 다루려 한다. 범주화가 '이미 아는 것에 빗대는' 접근이라면, 다음 방식은 새로운 것을 아예 처음부터 낯설게 마주하게 하는 접근에 가깝다. 두 방식 모두 정답은 아니다. 지금 소개하려는 대상이 기존의 무언가를 대체하거나 개선하는 성격이 강할수록 오늘 소개한 범주화 중심 접근이, 완전히 새로운 습관이나 경험을 만들어야 하는 성격이 강할수록 다른 접근이 더 유리해진다. 그 판단 기준을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다.

두 방식 중 무엇을 고르든, 출발점은 같다.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처음 마주할 사람의 머릿속을 먼저 상상하는 일이다. 그 머릿속에 이미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알아야, 그 위에 무엇을 빗대고 무엇으로 놀라게 할지도 정할 수 있다. 설명은 언제나 우리의 언어가 아니라, 상대의 머릿속에서부터 다시 시작돼야 한다. 그 머릿속을 먼저 읽는 사람만이, 새로움을 진짜로 전달할 수 있다.

Borrow the familiar to open the door. Earn the surprise to be remembe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