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tell the truth
Brand · 포지셔닝 · 경쟁전략 — No.17-second-place-trap

그림자 전쟁

'2위'라고 스스로 부르는 순간, 그 말이 브랜드의 전략이 된다
이 글이 답하는 질문
  • '2위 전략' 포지셔닝은 왜 위험한가?
  • 에이비스의 "We Try Harder"는 왜 예외적으로 성공했는가?
  • 가격 경쟁은 왜 브랜드의 미래를 갉아먹는가?
  • 경쟁사를 좁게 정의하면 어떤 위협을 놓치는가?
이런 분께1위 브랜드를 의식한 포지셔닝을 고민하는 브랜드 담당자와 마케터

"우리는 2위입니다"라는 말은 겸손해 보인다. 그러나 그 말을 하는 순간, 브랜드는 이미 진 게임의 규칙 안으로 들어간다.

"애플의 대안", "코카콜라의 대안", "삼성의 대안." 이런 포지셔닝은 논리적으로 매력적이다. 1위 브랜드를 이미 아는 소비자에게, 우리도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알린다. 굳이 새로운 카테고리를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거 알죠? 우리는 그것의 대안입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소비자의 머릿속 서랍에 곧장 들어간다. 회의실에서 이 전략은 자주 '가장 빠르고 저렴한 인지도 확보법'으로 소개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1위를 기준으로 자신을 정의한 브랜드는, 그 정의를 스스로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X의 대안"이라는 문장은 "X보다는 못한 것"이라는 인식과 함께 도착한다.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2위는 기본적으로 1위보다 못한 자리다. 그 자리를 브랜드 스스로 이름 붙이는 순간, 그것이 고착된다. 처음엔 편입을 위한 임시 다리였던 말이, 시간이 지나면 브랜드의 정체성 자체가 된다.

더 나아가 이 포지셔닝은 방향까지 빼앗는다. 1위 브랜드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면, 2위 브랜드도 같은 방향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압력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1위가 신제품을 내면 2위도 검토해야 하고, 1위가 톤을 바꾸면 2위도 눈치를 봐야 한다. 겉으로는 두 브랜드가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방향타를 쥔 쪽은 늘 하나뿐이다. 2위는 따라가는 역할을 자청한 셈이다.

이 현상에 이름을 붙이면 '그림자 포지셔닝'이라 할 수 있다. 1위의 존재를 자기 정의의 재료로 삼는 순간, 브랜드는 1위가 드리운 그림자 모양 그대로 잘려나간다. 그림자는 원래 크기보다 커 보이는 법이 없다. 원본이 움직이는 대로 함께 움직일 뿐이다.

콜라 전쟁이 남긴 것

What the cola wars actually proved

이 함정을 가장 오래, 가장 크게 보여준 사례가 콜라 전쟁이다. 펩시는 수십 년간 코카콜라를 이기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코카콜라를 직접 겨냥한 광고, 블라인드 테이스팅 캠페인, 가격 경쟁까지. 여기서 구조적인 문제는 전략의 방향이 아니라 전략의 출발점이었다. 펩시의 모든 전략적 결정이 코카콜라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코카콜라가 움직이면 펩시가 반응했고, 코카콜라가 새로운 시도를 하면 펩시가 대응했다. 이 관계에서 주도권은 언제나 코카콜라 쪽에 있었다.

'펩시 챌린지' 캠페인은 단기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소비자가 펩시를 더 선호한다는 결과는 분명 놀라웠고, 광고로서도 영리했다. 그러나 그 캠페인이 실제로 굳힌 것은 펩시의 우위가 아니었다. '코카콜라냐 펩시냐'라는 프레임 그 자체였다. 소비자의 머릿속에 1번과 2번을 나란히 세워놓았을 뿐, 그 안에서 1번 자리는 여전히 코카콜라의 것이었다. 경쟁사를 정면으로 겨냥한 전략이, 결과적으로 그 경쟁사를 카테고리의 중심으로 더 단단히 세워준 것이다.

이것이 2위 전략의 근본적인 역설이다. 1위를 언급할수록 1위의 존재감이 커진다. 비교당하는 대상이 아니라 비교의 원점이 되는 쪽은, 매번 그 비교가 반복될수록 오히려 유리해진다. 펩시가 던진 모든 도전이 코카콜라를 '기준'의 자리에 다시 앉혀준 셈이다.

이 역설이 특히 잔인한 이유는, 노력의 양과 결과가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펩시는 게으르지 않았다. 광고비를 아끼지도 않았고, 캠페인의 완성도도 낮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다. 더 열심히, 더 자주, 더 정교하게 코카콜라를 겨냥할수록 '콜라 = 코카콜라 아니면 펩시'라는 이분법만 더 선명해졌다. 성실한 도전이 상대의 왕좌를 더 자주 닦아준 셈이다.

경쟁사를 정면으로 겨냥한 전략은, 종종 그 경쟁사를 카테고리의 중심으로 더 단단히 세운다.
Attacking a rival head-on often crowns them instead of unseating them.

에이비스는 2위를 말한 게 아니었다

Avis wasn't really conceding

그런데 여기서 자주 인용되는 반례가 있다. 렌터카 브랜드 에이비스의 "우리는 2위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합니다(We Try Harder)." 언뜻 보면 2위 전략의 성공 사례처럼 보인다. 2위임을 순순히 인정하고, 오히려 그걸로 화제를 모았으니까. 많은 브랜드가 이 카피를 근거로 "그러니까 우리도 2위를 인정하고 정직하게 가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 카피가 한 일은 그것과 다르다. 에이비스는 허츠(Hertz)와 같은 기준 — 지점 수, 보유 차량 대수, 시장 점유율 — 에서 이기려 하지 않았다. 그런 기준이라면 애초에 승산이 없다는 걸 에이비스도 알았을 것이다. 대신 에이비스는 '더 열심히 하는 태도'라는 전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이 기준에서는 허츠가 들어올 자리가 없다. 오히려 1위라는 지위가 "당신도 그렇게 절박하게 열심히 하느냐"는 질문 앞에서 불리해진다. 규모의 우위가 태도의 열세로 뒤집히는 순간이다.

정리하면 이것은 2위 전략이 아니라, 비교 기준 자체를 새로 만든 전략이다. '2위'라는 말은 이 카피의 진입점이었을 뿐, 실제로 경쟁이 벌어진 무대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펩시와 에이비스는 겉모습이 비슷해 보인다. 둘 다 1위를 언급했고, 둘 다 광고에서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펩시는 코카콜라의 기준 — 어느 콜라가 더 맛있는가 — 안에서 싸웠고, 결국 그 기준 안에 갇혔다. 에이비스는 허츠의 기준 밖으로 걸어 나가, 허츠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같은 '2위'라는 단어를 썼지만 하나는 함정이었고, 하나는 그 함정을 피해 가는 우회로였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건 '2위'라는 단어 자체는 죄가 없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 단어를 어디에 쓰느냐다. 순위를 인정하는 데 쓰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다. 순위 대신 다른 것을 증명하는 발판으로 쓰면, 순위는 오히려 소비자의 시선을 붙잡는 미끼가 된다. 같은 재료로 다른 요리를 만든 셈이다. 재료는 정직함이고, 요리는 새로운 기준이다. 정직함만 남기고 기준 만들기를 빼먹으면, 그 정직함은 그저 자기소개에 그친다.

가격 경쟁으로 이길 수 있을까?

Can a price war ever be won?

답은 대체로 아니다. 기준을 새로 만들지 못한 2위가 가장 손쉽게 손을 뻗는 곳이 가격이다. 경쟁사가 가격을 낮추면 우리도 낮춰야 한다는 압력이 생긴다. 이 압력은 언제나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지금 가격을 지키면 점유율을 잃을 것 같으니까. 그러나 이 압력에 한 번 응하는 순간, 가격 경쟁이라는 되돌리기 어려운 문이 열린다.

가격 경쟁에서 이기려면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을 계속 유지해야 하고, 그러려면 마진을 계속 깎아야 한다. 경쟁사도 같은 압력을 받아 다시 가격을 낮추면, 악순환이 스스로 굴러가기 시작한다. 누구도 먼저 멈추지 못한다. 먼저 멈추는 쪽이 점유율을 내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악순환의 끝은 카테고리 전체의 마진 하락이다. 어떤 브랜드도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그리고 이 구조에서 웃는 쪽은 따로 있다. 값을 더 낮게 부를 필요가 없는 1위다. 마진이 두꺼운 쪽은 소모전을 오래 버틸 수 있고, 얇은 쪽은 먼저 지친다.

가격 경쟁이 시작됐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신호다. 가격 말고는 의미 있는 차이가 남지 않았다는 신호다. 서로를 의식하며 비슷해진 브랜드들 사이에서, 남은 변수가 숫자 하나뿐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브랜드가 살아남는 것도 아니다. 마진이 사라진 자리에는 브랜드를 키우고 지킬 자원도 함께 사라진다. 광고할 돈이 없고, 새로운 것을 실험할 여유도 없다. 가격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브랜드의 미래를 담보로 잡고 오늘의 생존을 사는 일에 가깝다.

2위 브랜드에게 이 압력은 유독 날카롭게 작용한다. 이미 '대안'이라는 자리에서 출발했으니, 가격이라도 유리해야 존재 이유가 선다는 조바심이 쉽게 붙는다. 그러나 가격으로 증명한 우위는 딱 그 가격만큼의 우위다. 경쟁사가 다음 주에 다시 낮추면 그대로 사라지는 우위다. 반면 에이비스가 만든 '태도'라는 기준은 가격표로 흉내 낼 수 없다. 여기서 두 종류의 2위가 갈린다. 숫자로 증명하려는 2위와, 태도나 기준으로 증명하려는 2위. 전자는 매번 소모되고, 후자는 조금씩 쌓인다.

옆 카테고리에서 오는 침입자

The rival you weren't counting

2위 전략의 또 다른 맹점은 시야 그 자체에 있다. 경쟁사를 좁게 정의할수록, 정작 진짜 위협이 되는 경쟁은 시야 밖에 남는다. 택시 회사들이 서로를 경쟁사로 보며 요금과 배차 시간을 비교하고 있을 때, 우버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걸어 들어왔다. 호텔들이 다른 호텔의 객실 요금과 조식 구성을 비교하고 있을 때, 에어비앤비는 애초에 '호텔'이라는 카테고리 자체를 우회해 버렸다.

이 맹점은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다. "같은 카테고리에 있는 브랜드가 경쟁사다"라는 전제 자체가, 카테고리 밖을 볼 수 없게 만드는 틀이 된다. 그리고 1위를 따라잡는 데 온 관심이 쏠려 있는 2위 브랜드일수록 이 틀 안에 더 깊이 갇힌다. 1위와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 매일의 목표가 되면, 그 격차 바깥에서 자라는 변화를 감지할 여유가 남지 않는다. 격차 안쪽만 들여다보는 동안, 게임의 판 자체가 다른 곳에서 새로 짜인다.

정작 가장 위험한 경쟁은 카테고리 밖에서 온다는 사실이 이 함정을 더 교묘하게 만든다. 스트리밍이 비디오 대여점을 없앴고, 스마트폰 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대부분 잠식했고, 배달 앱이 외식의 방식 자체를 바꿔놓았다. 이런 변화는 어느 것도 '기존 경쟁사 분석'으로는 예측되지 않았다. 택시 회사가 다른 택시 회사의 요금표를 아무리 정밀하게 들여다봐도, 우버는 그 표 안에 없었다.

2위가 이 침입에 특히 늦게 반응하는 이유도 짐작할 수 있다. 매일의 회의 안건이 이미 1위와의 격차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격차를 좁히는 일만으로도 벅찬 조직에게, 아직 이름도 붙지 않은 카테고리 밖의 위협까지 들여다볼 여력은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난다. 1위를 쫓느라 정작 등 뒤에서 다가오는 것을 놓치는 구도, 이것이 2위 전략이 만드는 또 다른 사각지대다.

탈출: 경쟁사가 아니라 소비자와 공백을 보는 법

Watch the gap, not the rival

그렇다면 2위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 경쟁을 아예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전략의 기준을 경쟁사에서 소비자와 시장의 공백으로 옮기라는 뜻이다. 방향을 바꾸는 데는 큰 조직 개편도, 새로운 예산도 필요 없다. 회의에서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을 바꾸는 것으로 충분하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비교 기준이다. 지금 이 카테고리에서 소비자는 무슨 기준으로 브랜드를 비교하는가. 그 기준은 누구에게 유리하게 설정돼 있는가. 우리가 반드시 그 기준 안에서 싸워야 하는가, 아니면 다른 기준을 만들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을 회의의 첫머리에 두는 것만으로, 경쟁사 분석 회의는 전혀 다른 회의가 된다.

다음은 미충족 욕구다. 지금 카테고리 안의 어떤 브랜드도 잘 풀어주지 못하는 소비자의 불편이 있는가. 소비자가 스스로 해결하려고 애쓰는 우회 행동 — 배터리 팩을 챙겨 다니거나, 기내에 자기 음식을 가져오는 것 같은 — 이 그 단서가 된다. 경쟁사 데이터는 이미 일어난 일을 보여줄 뿐이지만, 소비자의 불편은 아직 아무도 답하지 않은 자리를 가리킨다. 카테고리를 넓게 정의하는 것도 같은 방향의 시도다. 우리의 경쟁자를 같은 업종 안에서만 찾지 않는 것. 소비자가 우리 대신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를, 업종의 경계 없이 물어보는 것이다.

그다음엔 경쟁사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르기 전에 원인부터 구분해야 한다. 그 움직임이 소비자의 실제 욕구에 응답한 것인지, 아니면 경쟁사 내부 논리에 따른 것인지. 전자라면 같은 욕구를 더 나은 방식으로 채울 방법을 찾으면 된다. 후자라면 따라갈 이유가 없다. "경쟁사가 했으니까"라는 문장을 "소비자에게 의미가 있으니까"라는 문장으로 바꾸는 것, 이 전환이 2위를 그림자에서 꺼내는 가장 실질적인 첫걸음이다.

그렇다고 경쟁사를 완전히 외면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경쟁사의 성공을 따라가는 것보다, 실패를 이해하는 쪽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어떤 시도가 왜 효과가 없었는지를 읽으면, 같은 방향으로 걷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여러 경쟁사가 동시에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그것은 시장 전체에서 뭔가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경쟁사를 따라가지 않으면서도 그 신호는 놓치지 않는 것. 이 균형이 관찰과 추종을 가른다.

2위라는 자리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자리를 설명하는 언어를 1위에게서 빌려오는 것이다. 언어를 빌려오는 순간 그림자가 시작되고, 언어를 스스로 짓는 순간 그림자가 끝난다.

에이비스가 지금까지 기억되는 이유는 2위임을 인정했기 때문이 아니다. '2위'라는 말을 입구로 써서, 허츠가 끝내 따라올 수 없는 다른 기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진짜 질문은 언제나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우리는 1위를 따라잡으려 하는가, 아니면 1위가 서 있지 않은 자리를 찾으려 하는가.

The second brand rarely wins by copying the first. It wins by changing what "winning" me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