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tell the truth
Brand · 브랜드 전략 · 퍼포먼스마케팅 — No.60

무대와 계산대

AI가 만든 콘텐츠 홍수 속에서, 브랜드는 감각을 오프라인 무대에 남기고 전환을 온라인 계산대로 옮기고 있다
이 글이 답하는 질문
  • 왜 브랜드는 다시 오프라인 경험에 투자하는가?
  • AI가 만든 콘텐츠 홍수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어떻게 바꾸는가?
  •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역할은 앞으로 어떻게 나뉘는가?
  • 피지털(phygital) 전략은 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는가?
이런 분께온·오프라인 채널 전략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브랜드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CMO, 마케팅 조직의 예산 구조를 다시 짜야 하는 의사결정자

브랜드는 무대와 계산대를 분리하고 있다. 감각은 오프라인에 남고, 전환은 온라인으로 몰린다.

몇 년 전만 해도 온라인은 모든 것의 정답처럼 보였다. 매장을 줄이고 광고를 앱으로 옮기면 효율은 자동으로 따라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정반대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브랜드들이 다시 오프라인 공간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 동시에, 정작 광고 예산은 그 어느 때보다 온라인에 집중되고 있다. 서로 반대로 가는 것처럼 보이는 이 두 흐름은 사실 하나의 원인에서 갈라져 나온 두 가지 대응이다. 그 원인은 AI가 만들어낸 콘텐츠 홍수다.

이 두 흐름을 따로 보면 모순처럼 읽힌다. 오프라인에 투자를 늘리면서 왜 광고비는 온라인에 몰아넣는가. 그런데 둘을 하나의 원인 — 콘텐츠는 폭증했지만 신뢰는 그만큼 늘지 않았다는 사실 — 아래에 놓고 보면, 이건 모순이 아니라 역할 분담이다. 브랜드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과, 그 마음을 숫자로 확인하는 일을 서로 다른 공간에 맡기기 시작했다.

AI는 콘텐츠를 늘렸을 뿐, 신뢰를 늘리지는 않았다

인터넷에서 흔히 떠도는 말이 있다. "2026년이면 온라인 콘텐츠의 90%가 AI로 만들어질 것이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 수치는 실제 조사기관이 발표한 적 없는 와전된 주장이다. 실제로 검증 가능한 데이터는 이렇다. AI 콘텐츠 추적 기관 Originality.ai가 2019년부터 구글 검색 상위 20위 사이트 만 개를 지속적으로 분석한 결과, AI 생성 콘텐츠의 비중은 2019년 2월 2.27%에서 2025년 7월 19.56%까지 치솟았다. 6년 만에 거의 9배로 늘어난 셈이다. 그리고 정확히 이 지점에서 인지적 시즐의 전제 하나가 무너진다. 콘텐츠가 희소하던 시절에는, 콘텐츠 자체가 시즐이었다. 잘 쓰인 글 하나, 잘 찍힌 사진 하나가 사람의 눈길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 콘텐츠가 거의 공짜로, 거의 무한히 생산되는 시대에는 콘텐츠의 양 자체가 더 이상 신호가 되지 못한다.

콘텐츠가 희소할 때는 콘텐츠가 시즐이었다. 콘텐츠가 무한해지자, 신뢰가 새로운 시즐이 됐다.
When content was scarce, content itself was the sizzle. Once content became infinite, trust became the new sizzle.

이 변화는 소비자의 태도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사람들은 이제 화면 속 후기와 이미지를 예전만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잘 만들어진 것과 진짜인 것을 구분하는 감각이 점점 예민해지고 있다. 문제는 그 구분이 화면 안에서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AI가 만든 이미지와 사람이 찍은 사진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사람들은 화면 밖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에 더 큰 무게를 싣는다.

이는 단순한 피로감의 문제가 아니다. 판단의 기준 자체가 옮겨가는 문제다. 예전에는 '이 콘텐츠가 매력적인가'가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그 앞에 '이 콘텐츠가 진짜인가'라는 질문이 먼저 선다. 매력은 AI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지만, 진짜라는 확신은 화면 안의 정보만으로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소비자는 점점 더 자주, 화면 밖으로 나가 직접 확인하고 싶어 한다.

오프라인은 왜 다시 무대가 되었나

바로 이 지점에서 오프라인이 다시 무대로 돌아온다. 화면 안의 무엇이든 복제되고 합성될 수 있는 시대에, 몸으로 겪은 경험만큼은 복제되지 않는다. 향, 촉감, 사람의 응대, 공간의 공기 — 이런 것들은 아직 AI가 대신 만들어줄 수 없는 감각적 시즐이다.

성수 연무장길, 더현대서울 등 대중들이 사랑하는 지역과 공간에 즐비한 팝업스토어는 이 흐름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다. 심지어 태생부터 디지털이었던 브랜드까지 굳이 물리적 공간을 여는 이유는 하나다. 화면 밖에서만 줄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은 매출을 만드는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브랜드를 처음 발견하고 경험하게 만드는 입구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온라인 광고만으로는 도달하지 못했거나 설득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오프라인이 대신 데려왔다. 화면 속 이미지 하나로는 끝내 넘지 못했던 마지막 문턱을, 실제 공간에서 보낸 단 몇 분이 대신 넘어준 셈이다.

그런데 왜 광고 예산은 여전히 온라인으로 몰릴까

오프라인이 다시 무대가 되고 있다면, 광고 예산도 오프라인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실제 데이터는 정반대를 가리킨다. 시장조사기관 eMarketer에 따르면, 2025년 미국 디지털 광고비는 사상 처음으로 전체 광고비의 8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의 집계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총광고비 약 17조 2,700억 원 가운데 온라인 광고가 약 60%, 금액으로는 약 10조 3,620억 원을 차지하며 시장의 중심축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무대는 오프라인으로 가는데, 계산대는 왜 온라인에 남을까. 답은 측정 가능성에 있다. 오프라인 경험은 강렬하지만 추적하기 어렵다. 팝업스토어에 다녀간 사람이 정확히 언제, 무엇을 계기로 지갑을 열었는지는 온라인만큼 촘촘하게 재구성하기 어렵다. 반면 온라인 광고는 클릭 하나, 전환 하나까지 숫자로 기록된다. 예산을 쥔 사람에게는 그 숫자가 곧 근거가 된다. 오프라인이 감정을 만드는 무대라면, 온라인은 그 감정을 숫자로 정산하는 계산대다.

이 구조는 조직 안에서 예산이 배분되는 방식과도 맞물린다. 성과를 숫자로 증명해야 다음 분기 예산을 받을 수 있는 조직에서, 측정하기 쉬운 채널은 항상 유리한 위치를 갖는다. 오프라인 팝업이 아무리 화제가 되어도, 그 화제가 매출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를 깔끔한 숫자로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반면 온라인 광고는 집행한 다음 날 바로 성과표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예산이라면, 증명하기 쉬운 쪽으로 자연스럽게 더 많은 돈이 흘러간다. 오프라인이 저평가받아서가 아니라, 오프라인의 기여를 증명하는 일 자체가 아직 더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AI 콘텐츠 홍수의 두 번째 효과가 겹친다. 콘텐츠가 넘쳐날수록 사람의 눈길을 얻는 자리 자체가 희소해지고, 희소한 자리의 값은 오른다. 콘텐츠는 공짜에 가까워졌지만, 그 콘텐츠가 실제로 사람 눈앞에 도달하는 자리 — 검색 결과 상단, 피드의 첫 화면, 추천 알고리즘의 우선순위 — 는 오히려 더 비싸졌다. 이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경쟁은 온라인에서만 실시간으로, 돈으로 벌어진다. 그래서 콘텐츠는 그 어느 때보다 흔해졌는데 광고 단가는 오히려 오르는, 얼핏 모순처럼 보이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난다.

AI는 계산대에서는 오히려 무기가 된다

여기서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AI가 콘텐츠 홍수를 만든 원인이라고 해서, AI가 온라인 계산대에서도 불리한 도구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무대에서는 AI가 대신할 수 없는 실제 경험이 값을 갖지만, 계산대에서는 AI가 그 경험을 가장 효율적으로 계산해주는 도구가 된다.

오프라인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진짜 순간 — 팝업스토어에서 찍힌 사진 한 장, 매장 직원과 나눈 대화 한 토막 — 은 온라인에서 수십, 수백 개의 변형된 소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같은 순간을 담은 이미지를 연령대별, 관심사별로 다르게 편집하고, 문구를 수십 가지로 실험하고, 반응이 좋은 조합만 골라 예산을 집중하는 일. 사람이 하나하나 손으로 하던 이 작업을, 지금은 AI가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대신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손은 AI로 넘어갔지만, 그 콘텐츠에 담길 진짜 순간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계산대의 속도는 AI가 올리고, 무대의 진심은 여전히 사람이 지킨다.

이 둘을 혼동하는 브랜드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무대에서도 AI로 만든 매끈한 이미지를 쓰고, 계산대에서도 사람 손으로 일일이 소재를 만드는 것. 순서가 정확히 뒤바뀐 경우다. 무대는 복제 불가능한 진짜여야 값이 있고, 계산대는 그 진짜를 최대한 빠르고 넓게 퍼뜨려야 값이 있다. 자리를 바꿔 쓰는 순간, 둘 다 가장 비싼 방식으로 가장 낮은 효과를 낸다.

이 원칙을 뒤집어서 적용하는 브랜드가 오히려 손해를 본다. 팝업스토어의 배경을 AI로 합성한 이미지처럼 매끈하게 손보는 순간, 그 공간이 주려던 '진짜 있었던 순간'이라는 값어치는 반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온라인 계산대에서 소재 하나하나를 사람이 수작업으로 만들다 보면, AI를 쓰는 경쟁자보다 실험 속도가 느려지고 결국 같은 예산으로 더 적은 조합을 시도하게 된다. 무대에서는 손으로 다듬지 않은 날것이 힘을 갖고, 계산대에서는 기계가 낼 수 있는 속도가 힘을 갖는다. 두 공간에서 요구되는 '진짜'의 의미가 이렇게 서로 다르다는 것을, 많은 조직이 아직 구분하지 못한다.

무대와 계산대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렇게 보면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전략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이 나뉜 두 개의 구간에 가깝다. 오프라인 무대에서 사람이 실제로 경험하고 느낀 감각은, 그 자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 경험을 사진으로 찍고, 후기로 남기고, 지인에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는 다시 온라인이라는 계산대로 흘러 들어가, 광고보다 신뢰도 높은 소재가 되어 전환을 만든다. 오프라인이 원석을 캐는 광산이라면, 온라인은 그 원석을 정산하는 창구다.

'피지털(phygital)'이라는 용어가 업계에서 점점 더 자주 쓰이는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아직 학술적으로 엄밀하게 정의된 말은 아니지만, 물리적 경험과 디지털 채널을 하나의 설계로 묶어야 한다는 문제의식만큼은 업계 전반에서 공유되고 있다. 오프라인 따로, 온라인 따로 예산을 나누고 각자 알아서 성과를 내라고 맡겨두는 방식은 점점 통하지 않는다. 오프라인에서 무엇을 겪게 할 것인가와, 그 경험을 온라인에서 어떻게 다시 만나게 할 것인가는 처음부터 하나의 설계여야 한다.

오프라인은 감각을 만들고, 온라인은 그 감각을 계산한다. 둘을 나누는 순간, 둘 다 반쪽짜리가 된다.
Offline creates the feeling. Online counts it. Separate the two, and both become half a strategy.

이제 무엇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가

이 흐름이 예고하는 실질적인 변화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오프라인 공간과 경험의 역할이 '판매'에서 '원천 콘텐츠 생산'으로 옮겨간다. 매장을 얼마나 파는가보다, 그 매장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사진 찍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지는가를 먼저 설계해야 한다.
  • 온라인 퍼포먼스 마케팅의 소재는 점점 더 브랜드가 스튜디오에서 만든 콘텐츠가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벌어진 순간을 담은 콘텐츠 쪽으로 무게가 옮겨간다. AI가 만든 매끈한 이미지가 흔해질수록, 사람이 실제로 겪은 어설프고 진짜 같은 순간이 오히려 더 눈에 띄기 때문이다.
  • 조직 구조도 이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오프라인 경험 설계팀과 온라인 퍼포먼스팀이 서로 다른 KPI로 따로 움직이면, 무대에서 만들어진 진짜 순간이 계산대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새어나간다. 두 팀이 같은 캘린더, 같은 목표를 공유해야 무대의 감각이 계산대의 숫자로 온전히 이어진다.

물론 이 흐름을 절대적인 공식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모든 카테고리, 모든 브랜드가 똑같은 비중으로 무대와 계산대를 나눠야 하는 건 아니다. 오프라인 접점이 원래 적은 순수 디지털 상품이라면 무대의 비중은 자연히 작아지고, 반대로 경험 자체가 상품인 업종이라면 계산대보다 무대에 훨씬 더 많은 자원을 쏟아야 한다. 다만 방향만큼은 분명하다. 콘텐츠가 흔해질수록, 그 콘텐츠의 원천이 진짜인지 아닌지가 더 크게 값을 가른다는 것.

콘텐츠는 AI가 무한히 만들어줄 수 있다. 그러나 그 콘텐츠를 믿을 만하게 만드는 원천, 즉 실제로 누군가 겪은 순간은 여전히 오프라인에서만 태어난다. 무대에서 태어난 감각을 계산대까지 끊기지 않게 이어주는 것 — 앞으로 몇 년간 브랜드 전략의 핵심은 결국 이 연결선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AI can generate content forever. It still can't generate a moment you were actually there f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