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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 조직문화 · 성공 — No.53-doubt-your-success

성공을 믿지 않는 법

성공을 가장 오래 지키는 조직은, 성공을 가장 크게 의심하는 조직이다
이 글이 답하는 질문
  • 성공한 조직은 왜 점점 다른 목소리를 듣지 않게 되는가?
  •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는 성공한 프로젝트를 어떻게 다루는가?
  • 사전 분석(pre-mortem)과 사후 분석(post-mortem)은 성공의 함정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 아마존 AWS와 3M의 15% 규칙은 성공의 함정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이런 분께매출도 지표도 좋은데 이상하게 불안한 브랜드·마케팅 리더

성공한 조직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실패할 때가 아니다. 모든 지표가 좋을 때다.

성과가 좋으면 질문이 준다. 왜 잘 되고 있는지 굳이 캐물을 이유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확히 그 순간, 다음 실패의 조건들이 조용히 쌓인다. 이 시리즈가 다섯 편에 걸쳐 따라온 성공의 함정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좁혀진다. 성공하는 동안, 누가 그 성공을 의심하는가.

전략과 브랜드 자산의 문제로 다뤘던 앞선 편들과 달리, 이번 편이 보는 곳은 조직의 안쪽이다. 성공이 회의실의 공기를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그 공기 안에서도 의심을 살아있게 만드는 몇 가지 구체적인 장치들을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공을 오래 지키는 조직과 성공에 갇히는 조직을 가르는 것은 전략의 정교함이 아니라 잘 되고 있을 때도 "왜"를 물을 수 있는 문화의 유무다. 그리고 그 문화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생긴다.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와 3M의 15% 규칙은 겉보기엔 전혀 다른 장치다. 하나는 비평의 절차이고, 하나는 시간의 배분이다. 그런데 둘 다 같은 문제를 풀고 있다. 잘 되고 있을 때도 다른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는 것.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브랜드가 스스로에게 정직해지는 일이 성공했을 때 가장 어렵다는 사실이 있다.

성과가 만드는 발언권

Success buys authority

성과가 좋은 조직에서는 성공한 사람이 더 많은 발언권을 갖는다.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이 전문가로 인식되고, 그의 판단에 반대하는 것이 곧 검증된 것을 부정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나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다. 자신이 아는 방법이 옳다고 믿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그 자연스러움이 조직의 학습을 조용히 가로막는다는 데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권력 구조는 사람에게 붙는다. 성공한 사업에서 핵심 역할을 한 사람이 조직에서 높은 지위를 얻고, 그가 해온 방식이 곧 "옳은 방법"으로 굳는다. 이후 다른 관점이나 새로운 접근을 제안하는 일은 아이디어 경쟁이 아니라 이 권위에 대한 도전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구조는 회의 테이블의 자리 배치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조직에 새겨진다. 성공이 특정 방식과 특정 사람들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그 권위가 다시 다양성과 실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순환이다.

실패에 대한 내성도 함께 낮아진다. 성과가 좋을 때는 실험 하나가 실패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런데 성공에 익숙해진 조직은 실패를 예외적인 사고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보다 실패를 아예 피하는 쪽이 더 중요해진다. 도전적인 실험은 줄고, 검증된 것만 반복하는 쪽으로 조직이 조용히 보수화된다. 이 보수화는 회의실에서 가장 먼저 감지된다. 새로운 시도를 제안하면 "지금 잘 되고 있는데 왜 바꾸려 하는가"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이 반응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성공을 지키려는 합리적 본능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오히려 이겨내기가 더 어렵다. 마케팅 조직에서는 이 저항이 특정 크리에이티브 톤이나 캠페인 유형에 대한 고집으로 나타나기 쉽다. 그 방식이 한때 통했다는 사실이, 소비자가 이미 그 메시지에 익숙해져 더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더 크게 취급되는 것이다.

이 흐름의 끝에 가장 위험한 한 문장이 있다. "우리는 이렇게 해왔다." 이 문장은 과거의 성공을 현재의 결정으로 밀어붙이는 통행증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가 "그러므로 계속 이렇게 해야 한다"로 바뀌는 순간, 조직은 함정 안으로 들어간다.

성공은 또 다른 방식으로 조직을 고립시킨다. "우리 방식"에 대한 자부심이 외부의 신호를 걸러내는 필터가 되는 것이다. 경쟁사의 새로운 시도는 "우리와는 다른 상황"으로,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는 "우리 고객은 다르다"로 기각된다. 그 브랜드를 이미 좋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풍부하게 들리는 반면, 그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은 비고객(non-customer)의 이유는 점점 들리지 않는다. 그 브랜드를 경험하고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왜 그랬는지를 캐묻는 일은, 성과가 좋을수록 오히려 뒷전으로 밀린다.

픽사가 성공 중에 물었던 질문

What Pixar kept asking, mid-success

이 흐름을 의도적으로 끊어낸 조직의 사례가 픽사다. 픽사는 영화마다 흥행에 성공하면서도 '실패가 허용되는 문화'를 의도적으로 유지했다. 에드 캣멀이 『창의성을 위한 도전』에서 설명한 것처럼, 픽사의 진짜 과제는 흥행 이후에도 진짜 창의적 도전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성공은 편안함을 만들고, 편안함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마음을 줄이기 때문이다.

그 방어선이 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였다. 흥행에 성공한 프로젝트도 예외 없이 날카로운 비평 앞에 세우는 내부 비평 문화. 성공이 자아를 방어하는 이유가 되지 못하게 만드는 의도적인 장치였다. 잘 되고 있다는 사실이 질문을 면제해주지 않는다는 것 — 픽사가 오랫동안 창의적 성과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다. 흥행작 다음에 나올 기획일수록 더 날카로운 비평대에 세운다는 것, 그 역설적인 규율이 이 문화의 핵심이다.

같은 원리를 개인의 습관으로 옮기면 두 가지 분석 도구가 된다. 하나는 사후 분석(post-mortem)이다. 보통 사후 분석은 실패했을 때만 한다. 그런데 성공했을 때도 우리가 잘한 것, 운이 따른 것, 환경이 도운 것을 나눠서 보는 일이 다음 도전을 위한 더 정확한 학습을 만든다. 특정 캠페인이 성과를 냈다면, 그 캠페인이 없었어도 비슷한 성과가 났을지를 물어야 한다. 경쟁사들도 같이 성장했다면, 그것은 우리의 전략이 아니라 시장 성장의 영향이었을 수 있다. 이런 질문이 불편하지만, 그 불편이 성공의 이유에 대한 정직한 이해를 만든다. 성공의 이유를 제대로 이해했을 때만, 그 성공을 재현하는 방법도 알 수 있다. 반대로 이 분해를 생략하면, 조직은 운이 만든 결과를 실력으로 착각한 채 다음 결정을 내리게 된다.

다른 하나는 사전 분석(pre-mortem)이다. 프로젝트가 성공 궤도에 올라 있을 때, "이것이 실패한다면 왜 실패할까"를 미리 상상해보는 것이다. 성공하는 캠페인이 언제 효과가 떨어질지, 성공하는 브랜드 포지셔닝이 언제 소비자들에게 낡게 느껴질지를 성공하는 지금 미리 그려보는 것이 이 기법의 핵심이다. 캠페인이 한창 잘 돌아가는 회의에서 "이 반응이 6개월 뒤에도 똑같을까"를 묻는 사람은 대개 분위기를 깨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 그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는 조직과 없는 조직은, 캠페인이 실제로 식어갈 때 완전히 다른 속도로 반응한다.

성공이 예정된 것처럼 느껴질 때 실패를 상상하는 일은 불편하다. 그 불편이 눈에 보이지 않는 취약점을 찾는 방법이다.
The organizations that keep winning are the ones still asking why, especially when no one thinks they need to.

이 두 질문은 형식이 아니라 태도다. 잘 되고 있다는 확신이 강할수록, 그 확신에 구멍을 내는 질문이 더 절실해진다.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가 하는 일도 결국 이것이다. 지금 잘 되고 있는 것에도 "왜"와 "만약"을 동시에 묻는 습관을 조직의 정식 절차로 만드는 것.

15퍼센트의 여백

The 15 percent that isn't spent on winning

조직 문화가 의심을 허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의심이 실제 실험으로 이어질 자리도 있어야 한다. 성과가 좋을 때 조직은 자연스럽게 실험을 줄인다. 검증된 것에 예산과 인력을 몰아주는 편이 더 합리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합리성이 정확히, 다음 성공의 씨앗이 될 작은 시도들을 솎아낸다.

아마존의 AWS는 원래 이커머스 사업을 위한 내부 인프라 솔루션에서 출발했다. 시작 당시 아마존의 핵심 투자자와 외부 관찰자들조차 소매업 회사가 왜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실험은 지금 아마존 전체 이익의 상당 부분을 만드는 사업이 됐다. 핵심 사업이 잘 되고 있는 동안에도 직접 관련 없어 보이는 실험을 유지한 것이 이 결과를 가능하게 했다.

3M이 오래 유지해온 "15% 규칙"도 같은 철학이다. 직원이 업무 시간의 15%를 자신이 흥미롭다고 느끼는 프로젝트에 쓸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 포스트잇이 이 자유 시간에서 나왔다. 성공하는 조직에서는 일상적인 업무 압박이 이런 여백을 가장 먼저 밀어낸다. 지금 검증된 채널, 지금 통하는 방식에 시간을 더 쓰는 편이 늘 더 급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 여백을 의도적으로 지키는 일이 성공의 함정에 대한 구조적 방어다.

성공 중에 심는 씨앗은 대체로 당장 성과를 내지 않는다. 그래서 눈에 잘 띄지 않고, 예산 회의에서 우선순위가 밀리기 쉽다. 그런데 핵심 사업이 환경 변화로 흔들릴 때, 대안이 되는 것은 늘 이 눈에 띄지 않던 여백에서 자란 것들이다. AWS도 포스트잇도, 처음 그 자리에 있을 때는 누구도 다음 성공이라 부르지 않았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여백이 성과와 무관해 보이는 동안에도 지켜졌다는 것이다. 성과를 기준으로만 예산을 배분했다면, 둘 다 훨씬 이른 시점에 사라졌을 것이다.

성공의 함정을 피하려면 조직에 무엇이 필요한가

What makes an organization immune

성공의 함정을 피하는 일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 아무리 겸손하고 냉정한 개인이라도, 조직의 구조와 문화가 함정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으면 그것을 혼자 이기기 어렵다.

흥미로운 역설이 하나 있다. 성공의 함정에 대한 면역은 성공 경험이 아니라, 성공의 한계를 본 경험에서 온다는 것이다. 과거에 통했던 방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순간을 겪어본 사람이, 지금의 성공도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더 잘 감지한다. 그래서 지금의 성공 방식만 아는 사람들로만 채워진 조직보다, 다양한 성공과 실패를 겪은 사람들이 섞여 있는 조직이 이 함정을 더 잘 본다. 이 감각을 성공 면역(success immunity)이라 부를 수 있다 — 성공에 도취되지 않고 그 유효기간을 가늠하는 조직적 감각이다. 채용과 승진에서 이 경험의 다양성을 의식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그래서 전략의 문제이기도 하다. 잘나가는 방법만 아는 사람들로 채워진 팀은, 그 방법이 낡아가는 신호를 가장 늦게 감지하는 팀이 되기 쉽다. 반대로 다른 산업, 다른 실패를 겪어본 사람이 섞여 있으면, 지금의 방식이 얼마나 오래갈지를 가늠하는 감각도 함께 섞여 들어온다.

관점의 다양성도 같은 역할을 한다. 성공한 방법을 아는 사람들만큼, 그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발언권을 가지는 조직. 내부자의 확신만큼 외부의 시각이 반영되는 조직. 고위 경영진의 판단만큼 현장의 피드백이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조직. 이런 조직은 성공이 만드는 집단적 편향에 덜 물든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조직은, 그 방향이 틀렸을 때 아무도 먼저 알아채지 못한다.

외부 시각을 정기적으로 들여오는 장치도 필요하다. 고객 인터뷰, 경쟁사 분석, 업계 밖의 시선. 특히 그 브랜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구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들이 보는 것이, 성공에 취한 조직이 보지 못하는 바로 그 지점이기 때문이다. 조직 안에 반대 논거를 공식적으로 맡기는 역할 — 이른바 악마의 변호인 — 을 두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 반대 논거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전략의 약점이 드러나거나 오히려 더 단단해질 기회가 생긴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전략이 가장 위험할 수 있다. 모두의 동의는 때로 모두가 같은 함정 안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회의실에서 반대 의견이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전략일수록, 조용히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이 모든 장치는 한 사람의 태도로 수렴한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가 "오직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를 책 제목으로 삼은 것은 이 철학을 압축한 말이다. 성공하는 중에도 위협을 보고, 변화를 감지하고, 지금 잘 되고 있는 것에 스스로 도전하는 태도. 이것이 비관주의가 아니라, 성공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낙관주의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 태도는 구호로 끝나지 않을 때만 힘을 갖는다. 성공하는 동안 정기적으로 "우리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은 왜 선택하지 않는가"를 연구하는 것. 성과가 좋지 않더라도 흥미로운 실험을 하는 경쟁사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 지금의 핵심 고객층과 다른 세대, 다른 라이프스타일의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주기적으로 물어보는 것. 이런 구체적인 습관들이 리더의 말이 아니라 조직의 일정표에 자리를 잡을 때, 의심은 문화가 된다.

리더가 성과 앞에서 "왜 잘 되고 있는가", "지금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정기적으로 묻는지. 그 질문은 불편하다. 잘 되고 있는데 굳이 불안해할 이유가 있느냐는 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런데 그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성공을 더 오래 지키는 유일하게 검증된 방법이다.

성공을 의심하는 것은 성공을 부정하는 일이 아니다. 성공이 무엇을 가능하게 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보이지 않게 만들고 있는지를 함께 보는 일이다. 지표가 가장 좋을 때 그 질문을 던지는 조직만이, 지표가 나빠지기 전에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말은 자주 한다. 그런데 정작 가장 자주 놓치는 정직은 브랜드가 자기 자신에게 지켜야 할 정직이다. 성과가 좋을 때 스스로에게 거는 거짓말이 가장 달콤하고, 가장 오래 들키지 않는다. 이 시리즈가 다섯 편에 걸쳐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하나다. 성공을 의심하는 조직만이, 그 성공을 정직하게 오래 누린다.

The safest moment to ask what's wrong is the moment everything looks right.